[보쿠아카] 오래된 침대 上












 헤어지자. 그 말에 아카아시는 한동안 침묵을 유지했다. 기나긴 기다림 끝에, 아카아시는 이렇게 물었다.


"왜요?"


아카아시의 물음에 보쿠토는 선뜻 무어라 대답할 수가 없었다. 그럴 듯한 핑계를 만들어 낼 수가 없었던 게 그 이유였다. 보쿠토는 그저 고개를 푹 숙이고 미안해, 하고 사과를 했다. 그러자 아카아시는 탁해진 청록색의 눈동자로 다시금 묻는다. 왜요. 보쿠토는 대답이 없다. 아카이시는 덤덤히 테이블에 올려져 있던 핸드폰과 지갑을 챙겨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신을 노려보며 카페를 나서는 아카아사의 눈가가 조금 젖어있었다는 건 단순한 보쿠토의 착각이었을까.


그 후로 몇 달 간, 아카아시는 이따금씩 술에 취해 보쿠토에게 전화를 걸곤 했다. 잘못했어요, 한 번만 봐줘요. 나 당신 없이 안되는 거 알잖아. 떨리는 목소리로 아카아시는 계속해서 보쿠토에게 용서를 구했다. 그가 잘못한 것은 없었다. 그렇다는 걸 알았지만 아카아시는 보쿠토에게 애원했다. 그것 말고는 보쿠토를 붙잡을 만한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보쿠토는 단호했다. 끊을게, 그렇게 말하며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울부짖음을 모두 무시하며 종료 버튼을 눌렀다. 그러나 보쿠토는 그리 매정하지 못했다. 보쿠토는 소파에 누워 눈 위에 팔을 올렸다. 그렇지 않으면 눈물이 흐를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시야가 차단되면 뇌 속은 더욱 활성화된다. 아카아시의 생각이 났다. 다투거나 서로에게 상처를 주었던 일은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온통 행복했던 기억 뿐이었다. 보쿠토의 상상 속 아카아시는 항상 웃고 있었다. 이 세상을 비추는 태양보다 훨씬 더 밝게.


보쿠토는 전화번호를 바꾸었다. 그 이후론 아카아시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았다. 그럴 의도로 연락처를 바꾼 것이었지만, 아카아시의 전화를 받지 못하니 괜히 우울해졌다. 차라리 그런 식으로라도 아카아시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하지만 후회하기에는 때가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는 것을 보쿠토도 모르지 않았다.


헤어지자고 한 데에 그 어떤 커다란 이유가 있던 것은 아니었다. 아카아시도, 보쿠토 자신도 서로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난 이후로, 보쿠토는 더 이상 이 관계를 이어갈 자신이 없었다. 아카아시의 얼굴을 당당히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별을 고했다. 그리고 보쿠토도 알고 있었다. 아카아시의 옆을 지키기에 자신은 너무나도 초라한 사람에 불과하다는 것을. 


아카아시가 행복하길 바랐다. 자신보다 더 멋진 사람의 곁에서 넘칠 정도의 사랑을 받으며 남부럽지 않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카아시의 미래를 책임지기에 자신은 적절한 사람이 아니라며 보쿠토는 자신을 달랬다. 아카아시는 특별했다. 더 좋은 사람에게서 더 많은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었다. 적어도 보쿠토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카아시가 없는 삶은 피폐했다. 잠을 자지 않거나 끼니를 걸러도 신경 쓰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외로움을 달래려 보쿠토는 매일 북적이는 밤거리를 전전했다. 괜찮은 상대를 만나면 이렇다 할 인사치레도 없이 방부터 잡곤 했다. 아카아시를 상상하며 다른 사람을 안으면 두통이 조금이나마 가라앉는 듯 했다. 다음 날 몰려오는 허탈함과 탈력감은 어쩔 수 없는 숙명이었다.


이듬 해, 보쿠토는 꽤나 알아주는 구단과 계약을 맺었다. 그 구단의 감독이 전부터 보쿠토를 꽤나 눈여겨 보고 있었다고 했다. 뉴스에서 보도한 이런 저런 소식에 지인들은 보쿠토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쉴 틈 없이 걸려오는 전화를 모두 받으면서도 보쿠토는 어쩐지 공허함을 느꼈다. 마음 한 구석이 빈 듯한 느낌이었다. 그것이 아카아시의 부재 때문이라는 것은 보쿠토도 일찍이 눈치 챈 바였지만 인정하려 들지는 않았다. 자신이 끊어버린 관계였다. 그리 길다고는 할 수 없지만 시간도 꽤 흘렀고, 미련을 가질 이유 따위는 없었다. 보쿠토는 그렇게 스스로를 달랬다. 그러나 보쿠토도 조금은 기다리고 있었다. 익숙한 번호가 제 휴대전화 액정에 뜨기를.






*






아카아시는 지난 1년을 지옥과도같이 보냈다. 살이 빠진 탓에 옷장에 있는 옷들은 전혀 맞지가 않았고, 머리카락은 눈을 모두 덮었으며 피부는 푸석해졌다. 도저히 밖에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아 휴학계까지 써가며 집 밖으론 일절 나가지 않았다. 극심한 우울의 연속이었다. 냉장고엔 온갖 종류의 술이 떨어질 날이 없었다.


그렇게 1년이란 시간을 보냈다. 차라리 모두 지워 없애버리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카아시는 잘 보지 않던 먼지 쌓인 TV의 전원을 켰다.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그리고 사람의 촉은 생각보다 정확하다. 


아카아시는 그 안에서 보쿠토의 얼굴을 마주했다. 일본 최고의 배구팀과 계약한 괴물 신인, 보쿠토 코타로. 그를 수식하는 단어들을 아카아시는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보쿠토 코타로. 그 이름에 괜히 웃음이 나왔다. 그다지 긍정적인 의도가 담겨있지는 않았다. 그가 담긴 영상을 응시하던 아카아시는 간만에 소리를 내어 크게 웃었다. 울음을 참기 위한 임시방편이었다.


그 다음 날, 아카아시는 머리를 잘랐다. 1년 전 그 모습처럼 단정하게. 미용실을 나오는 아카아시의 발걸음이 가벼웠다. 그리고는 자주 가던 가게에 가서 주먹밥을 포장했다. 오랜만에 왔네, 그렇게 인사를 건네는 주인 아주머니에게 아카아시는 사람 좋게 웃어 보였다. 앞으로는 자주 올게요, 하고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 이후로 아카아시는 나름 정상적인 삶을 살았다. 보쿠토를 다 잊었다곤 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이제 더 이상 그가 아카아시의 일상에 방해가 되지는 않았다. 준수한 외모 덕에 아카아시는 꽤나 인기가 많은 편이었지만 그 누구와도 깊은 관계를 유지하진 않았다. 이건 전적으로 보쿠토의 탓이었다. 더 이상 사람에게 상처받고 싶지 않다는 이유도 아예 없지는 않았지만, 그것보다도 보쿠토가 아닌 사람을 사랑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사랑을 하려고 보쿠토를 만난 것이 아니라, 보쿠토였기에 사랑을 했던 것이다. 보쿠토가 아닌 사랑은 아카아시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리고 매일 밤 아카아시는 같은 침대 위에서 잠들었다. 보쿠토의 온기가 아직도 남아있을 거라고 믿고 싶은 그 침대 위에서. 대학에 입학하고 처음 자취를 시작했을 때, 보쿠토가 선물해준 침대였다. 괜찮다며 한사코 사양을 해도 보쿠토는 "어? 아카아시 주는 거 아니야! 내가 편하게 자고 싶어서 그래. 내가." 하고 말하곤 했다. 그 이면에 숨겨진 뜻을 파악한 아카아시는 괜히 얼굴을 붉혔다. 


침대는 한 사람이 자기에 지나치게 컸다. 그래서 이 비좁은 자취방에 침대를 들여놓는 데에도 꽤나 많은 수고를 감내해야 했다. 작은 집과 커다란 침대. 어딘가 밸런스가 맞지는 않았지만 그 위에 보쿠토가 누워있다는 걸로 모든 걸 설명할 수 있었다. 누워있는 보쿠토의 상태가 나체라면 더더욱.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해서도 아카아시는 이사를 하지 않았다. 집은 좁았고 회사와도 멀었다. 새 집을 구해보는 게 어떻냐는 주위 사람들에 말에 아카아시는 항상 고개를 내저었다. 오래 살아서 그 집이 편해. 그 말은 핑계였다. 보쿠토의 흔적이 가득한 공간을 떠날 수 없다는 이야기는 굳이 꺼내지 않았다.






*






유명한 배구선수가 된 보쿠토에게 호감을 표하는 여성들은 많았다. 그 중에서 가장 괜찮은 여자를 골라 사귀었다. 질릴 때가 되면 거리낌없이 다른 여자를 만나기도 했다. 덕분에 기사에서는 항상 보쿠토의 파파라치 사진과 함께 '플레이보이' 라는 수식어가 담긴 자극적인 내용을 다루곤 했다. 하지만 보쿠토는 신경 쓰지 않았다. 될대로 되라지, 그런 심보였다. 이런 방법을 써서라도 보쿠토는 논란 거리가 되고 싶었다. 스스로가 최고의 가십이 되기를 바랐다. 그러면 아카아시의 눈에 한 번이라도 더 띄지 않을까 싶어서.


그러다 꽤나 괜찮은 여배우를 만났다. '괜찮다'라는 말의 기준은 그렇게 까다롭지 않았다. 아카아시와 닮은 구석이 있느냐 없느냐, 단지 그것만으로 판결되는 아주 간단한 종류의 것이었다. 곱슬거리는 까만 머리카락과 짙은 녹색의 눈동자가 아카아시와 퍽 닮아 있었다. 큰 키와 늘씬한 몸매, 부드러운 듯 하지만 그 속에 뼈가 있는 말투 또한 그와 유사했다. 그래서 보쿠토는 그녀와 결혼했다. 이 정도로 닮은 사람이라면 아카아시의 빈 자리를 채워주지 않을까, 그런 마음에 덜컥 결혼을 해버렸다. 그러나 보쿠토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녀와 아카아시는 태생부터 다른 사람이었다. 가치관이나 사고방식도 그러했지만 처음부터 대체할 수가 없는 사람이었다, 아카아시는. 고작 외모가 조금 닮았다고 그렇게 가볍게 결정을 해서는 안됐는데. 그렇게 후회를 해 보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은 주워 담을 수가 없다.


결혼식을 올린 다음 날부터, 매일 밤 아카아시는 보쿠토의 꿈 속에 찾아왔다. 아카아시가 입은 하얗고 하늘거리는 얇은 옷이 바람에 나부꼈다. 아카아시는 울고 있었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그렇게 말했다. 왜 나를 버렸어요. 사랑한다고 했잖아요. 평생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했잖아요. 어디 안간다면서요. 왜 헤어지자고 했어요. 영원히 사랑한다고 했잖아요. 대사는 그때그때 달랐지만 내용은 항상 똑같았다. 보쿠토에 대한 원망과 슬픔. 그리고 이어지는 눈물. 그것이 전부였다.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었다. 


술을 마시면. 알딸딸한 상태로 쓰러지듯 잠에 들면 아카아시는 보쿠토를 찾아오지 않았다. 참 이상하지, 그렇게 말하며 보쿠토는 쓰게 웃었다. 꿈 속에서 아카아시를 만나지 못하는 것이 좋았지만, 한 편으론 슬프기도 했다. 그렇게라도 볼 수 있어서 행복했는데. 보쿠토는 그렇게 생각하며 손에 들린 위스키 잔을 비운다. 대충 협탁 위에 빈 유리잔을 내려놓고는 빈 침대에 몸을 눕힌다. 얼마 전, 잠자리에서 무심코 아카아시의 이름을 부른 뒤로 보쿠토의 신혼 집에는 침대가 하나 더 생겼다.


대충 위스키나 보드카 한 두잔으로 목을 축인 뒤 잠에 들던 평소와는 달리, 보쿠토는 분위기 좋은 호텔 라운지 바에서 한껏 기분을 내며 술을 마셨다. 술을 마셨다기보단 잠에 빠지기 위한 하나의 의식에 가까웠다. 독한 술을 주문했거나 뭘 많이 마신 것은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오늘따라 취기가 빨리 올랐다. 보쿠토는 지하에 주차된 자신의 벤츠로 향하는 대신 호텔 1층에서 택시를 잡았다.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택시 기사에게 잔뜩 꼬인 혀로 주소를 불러준 보쿠토는 차창에 머리를 기대었다. 두통의 연유를 알 수는 없었지만 술기운 때문이라고 믿고 싶었다.


비가 오고 있었다. 유리창을 두드리는 소리가 듣기 좋았다. 너도 이 소리를 듣고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 이내 모두 지워버렸다. 부질없는 짓이란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창 밖 풍경에 보쿠토는 작은 탄식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일부러 오지 않았던 길이다. 시간이 훨씬 더 걸리더라도 굳이 우회해가던 그 길이다. 아카아시를 바래다주기 위해 매일같이 왔던 그 길. 보쿠토는 지금 그 위에 있었다. 5년 동안 노골적으로 피해다니던 그 길 위에.


"내려 주세요."


충동적인 결정이었다. 아카아시를 만나러 가야할 것만 같았다. 이 길을 그냥 지나치기엔 이 곳에 담긴 향수가 너무나도 많았다. 예? 하고 되묻는 택시기사에게 보쿠토는 지갑 안에 있던 현금을 모두 꺼내 건넸다. 지폐가 몇 장이고 그 금액이 얼마인지 세어 볼 여력같은 건 없었다. 여기서 내릴게요. 의심쩍은 눈을 한 택시기사가 백미러로 보쿠토를 흘깃거린다. 그러다 이내 그 지폐를 모두 받아들었다. 어휴 너무 많은데, 그렇게 말하며 도로 가장자리에 차를 세운다. 그러면서도 지폐의 일부를 보쿠토에게 돌려줄 생각 따위는 하지 않는다. 차에서 내린 보쿠토는 떨어지는 빗방울을 올곧게 맞았다. 피할 생각은 없었다. 익숙한 거리를 지나 아카아시가 사는 아파트 앞에 도착했다. 이사를 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해보지만 아카아시의 집 현관 앞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떨리는 손으로 비밀번호를 누른다. 이집에 다른 사람이 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아예 배제한 듯 했다. 망설임없이 손에 익은 여덟자리의 숫자를 누른다. 자신의 생일, 그리고 아카아시의 생일. 숫자에 약한 보쿠토는 실없이 웃음을 터뜨린다. 5년이 지나도 잊을 수 없는 숫자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은 50년이 지나도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보쿠토는 생각한다. 커버를 닫으니 익숙한 소리와 함께 잠금이 해제된다. 보쿠토는 문을 연다. 그리고 그 안에 아카아시가 있을 것이란 걸 확신한다.






*







아카아시는, 집에서 혼자 맥주를 홀짝이고 있었다. 빗소리 때문인지 이상하게 잠에 들 수가 없었다. 소파에 앉아 고요한 정적을 느낀다. 빗방울이 창문을 두드리며 자아내는 왈츠곡에 집중한다. 한참을 그렇게 감상에 젖어있던 아카아시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불협화음에 화들짝 놀란다. 도어락을 푸는 소리였다. 테이블에 조용히 맥주캔을 내려놓고 현관 쪽으로 향한다. 두려움에 심장이 빠르게 뛴다. 누굴까, 누구지. 비밀번호 아는 사람 없는데. 수만 가지의 생각들이 아카아시의 뇌리를 스친다. 이내 현관문이 느리게 열린다. 그리고 그 뒤에 있는 사람의 정체를 마주한 아카아시의 심장이 더욱 빠르게 뛰기 시작한다. 


"무슨 비를 이렇게...!"


옷에 스며든 빗물이 방울져 바닥에 뚝뚝 떨어지고 있다. 그 남자는 몸을 가누기가 힘든 듯 신발장에 몸을 기댄다. 아카아시는 그 남자에게로 달려가 그를 부축한다. 아카아시가 자신의 팔을 잡자마자 그 남자는 그렇게 말한다. 안 바꿨네, 비밀번호. 네 개의 눈동자가 마주친다. 그 깊이를 모르던 심해에는 이제 태양이 담겨있다. 그렇게 오롯이 서로만을 담는다. 뭐라고 말 할 새도 없이 보쿠토는 아카아시의 입술을 삼킨다. 아카아시도 굳이 밀어내지 않는다. 그의 목에 팔을 두르고 보쿠토를 더 깊숙히 받아낼 뿐이었다. 비에 젖어서 몸에 달라붙은 옷가지를 힘겹게 벗어 내린다. 현관 앞에는 여려 겹의 옷이 떨어져 있다. 보쿠토는 아카아시를 안아든다. 아카아시의 살갗에 닿아오는 보쿠토의 체온이 차갑다. 보쿠토는 익숙하게 침실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러면서도 아카아시의 입술을 놓지 않는다. 집요하게 파고든다. 아카아시도 그와 떨어질 생각같은 건 없었다. 넓은 침대에 두 개의 나신이 자리한다. 한동안은 볼 수 없었던 조합이었다. 두 나신은 마치 어젯 밤에도 살을 섞었다는 듯 익숙히 서로를 탐한다. 잘못되었다는 것을 명백히 인지하고 있었지만 그 누구도 그만 둘 생각은 없다. 빗물이 차갑게 식힌 보쿠토의 몸은 이미 달아오른 지 오래였다. 오래된 침대에서는 두 육체의 움직임에 따라 삐걱이는 소리가 난다. 빗소리와 어우러져 더욱 환상적인 곡조가 탄생한다. 아름다운 악곡(樂曲)들의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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