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쿠아카] 오랜 기다림의 끝



보쿠아카 전력 60분 참여 : 이상형


배구선수 보쿠토 X 덕후 아카아시





놑북이 (아빠가 빌려가서) 고장나는 바람에 폰으로 쓴 글입니다ㅠㅠ 문장력이 딸리는 점 양해해주시길 바랍니다ㅠㅠ 노트북이 없으니 쓰는 속도도 너무 느리고 오타도 너무 많고 짜증나여........ㅠㅠㅠㅠ








***



이상형이요? 웃는게 예쁘고 저를 많이 사랑해주는 사람이요. 그거면 돼요 저는.

어두운 집 안, 유일하게 빛을 내는 물체인 텔레비전에선 계속해서 같은 문장만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상형이요? 웃는게 예쁘고 저를 많이 사랑해주는 사람이요. 그거면 돼요 저는.

아카아시는 소파에 무릎을 모아 끌어안은 채 앉아 반복되는 화면만을 보고 있었다. 아카아시는 화면 속의 남자에게서 한 순간도 눈을 떼지 못했다. 보쿠토 코타로, 그는 얼마 전 개최된 올림픽에서 범접할 수 없는 강력한 스파이크로 일본에게 자랑스러운 은메달을 안겨준 배구 국가대표 선수였다. 아카아시는 그가 국가대표로 발탁되기 한참 전인 2부 리그의 선수였던 시절부터 웬만한 경기는 빼놓지 않고 모두 보러다닌 보쿠토의 엄청난 팬이었다. 아니, 단순한 팬심이라기 보다 사실 아카아시는 보쿠토를 짝사랑하고 있었다.



*



아카아시가 보쿠토를 처음 본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체육의 날을 맞이하여 학교에서 단체로 배구경기를 관람하러 갔던 날이 있었다. 아직은 미숙하고 유명하지 않은 2부 리그 선수들의 경기였기 때문에 경기장에는 학생들을 제외하곤 관중들이 거의 없었다. 사온 과자를 까 먹으며 서로 떠들기 바쁜 아이들 사이에서 아카아시는 혼자 경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카아시의 시선은 줄곧 한 사람에게만 향하고 있었다.

"재밌냐?"
"응. 저 4번 엄청나."

아카아시는 선수를 좇던 눈길을 거두지 않은 채로 친구에게 대답했다. 그냥 와서 같이 게임이나 하지, 하는 친구의 말에는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아카아시는 한 순간도 저 사람에게서 눈을 떼고 싶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온 아카아시는 구글을 열어 아까 본 선수의 이름을 찾아보았다. 보쿠토 코타로, 자신보다 다섯 살 위였다. 아직은 2부의 선수여서 그런지 구글링을 해봐도 모을 수 있는 자료는 한정되어 있었다. 경기 영상도 서너개가 전부였으며 사진도 찾기 어려웠다. 그래서 아카아시는 그 날 이후로 보쿠토의 팀 경기를 직접 보러 다녔다. 인기가 많지 않은 경기라 티켓도 그리 비싸지 않았고 보러 오는 사람들도 적어 아카아시는 보쿠토가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보쿠토가 속한 팀이 항상 이기는 것은 아니었지만 보쿠토가 때린 스파이크가 멋지게 성공할 때마다 아카아시는 가슴 한 켠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아카아시는 집에 돌아와서도 모니터에 보쿠토의 경기영상을 계속해서 틀어두고는 했다. 씻을 때도, 밥을 먹을 때도. 깨어난 직후부터 잠들기 직전까지 아카아시는 보쿠토의 영상을 보곤 했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아카아시 컴퓨터의 <보쿠토 코타로> 폴더는 아카아시가 직접 찍어온 경기영상들로 풍성해지기 시작했다.

아카아시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직전, 보쿠토는 1부 리그에서도 가장 우승 횟수가 많은 팀에 스카웃되었다. 그 소식을 인터넷 기사로 마주한 아카아시는 몇 번이고 그 기사를 돌려보며 흡족해 했다. 드디어 나의 별이 빛을 발하는구나, 하며 아카아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충분히 높은 곳에 올라 설 가치가 있는 사람이었다.



*



아카아시는 욕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쓰고 있던 안경을 잠시 벗어두곤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매력이라곤 없는 외모였다. 크지 않은 눈에 높지 않은 코. 한동안 햇볕을 보지 않은 피부는 사내답지 않게 너무 희었고 탄력조차 없었다. 눈동자엔 생기가 없어 마치 죽은 사람 같았으며 덥수룩한 머리는 눈을 가리기 직전까지 자라 있었다. 못생겼어, 그렇게 말하며 아카아시는  입꼬리를 검지손가락으로 잡아 올려 웃음을 지어보았지만 이내 손가락을 거두었다. 한 평생 웃어본 적이 거의 없던 사람이었기에 억지로 짓는 미소조차 어울리지 않았다. 웃는게 예쁜 사람이 이상형이라던데, 아카아시는 생각하며 다시 한번 입꼬리를 말아올려 보았다. 웃고 있는 자신이 어색했는지 아카아시는 고개를 내저으며 찬 물로 몇 번이고 세수를 하였다. 정신이라도 맑아지면 웃음이 좀 익숙해질까 해서. 그러나 다시 거울을 보아도 변하는 것은 없었다. 그저 웃음에 익숙하지 않은 평범한 24세의 남성. 그것이 아카아시 케이지의 현실이었다. 자신은 보쿠토의 이상형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수건으로 얼굴의 물기를 닦아내다 아카아시는 예매해둔 보쿠토의 경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되새겼다. 올림픽 이후로 인지도가 현저히 상승한 보쿠토의 경기는 이제 웃돈을 얹어주고 표를 사야할 정도로 인기가 많아졌다. 느린 인터넷 덕분에 항상 예매를 놓친 아카아시는 거의 두 달 만에 겨우 보쿠토의 경기를 보는 것이었기 때문에 여느 때보다 더 마음이 설레었다.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찬찬히 들여다보다 길어진 머리카락이 눈에 띈 아카아시는 머리라도 잘라야겠다 싶어 집을 나섰다. 집 앞 편의점에 가는 것을 제외하곤 밖에 나가는 일이 일절 없었기에 발 아래로 닿아오는 딱딱한 아스팔트의 느낌이 생소했다.

잠시 후, 다시 집으로 돌아온 아카아시의 머리는 훨씬 짧아져 있었다. 아카아시는 오는 길에 사 온 간단한 도시락을 꺼내고는 다시 티비를 틀었다. 녹화해둔 보쿠토의 인터뷰 영상을 재생하고는 아카아시도 저녁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



예매를 늦게 하는 바람에 좋은 자리를 모두 놓친 아카아시는 맨 뒷 줄에서 경기를 관람해야 했다. 앞자리에 앉은 사람들에게 가려 보쿠토가 온전히 보이진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에 비해 키가 컸던 아카아시는 그나마 시야를 확보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하도 많아서 아카아시는 예전처럼 경기 영상을 직접 촬영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이제 일본 최고의 배구선수로 발돋움한 보쿠토 덕분에 아카아시는 각종 방송사에서 다각도로 촬영해 둔 경기 영상을 소비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경기가 끝난 직후에도 아카아시는 바로 집으로 달려가 보쿠토의 경기를 다시 보았다. 화면을 가득 채운 채 스파이크를 때리는 보쿠토의 모습을 본 아카아시의 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아났다. 나도 저렇게 되고싶다. 아카아시는 문득 그렇게 생각했다. 탄탄하고 남성미 넘치는 몸매, 당당한 표정, 그리고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까지. 화면 속 보쿠토는 늘 아카아시가 사랑하고 동경하는 대상이었다.



*



아카아시는 초등학생 때부터 줄곧 배구를 해왔다. 아카아시가 다니던 중학교는 배구로 유명한 학교가 아니었지만, 세터였던 아카아시는 나름 맡은 역할을 착실히 수행했다. 배구를 사랑했던 소년 아카아시는 배구 명문 후쿠로다니 학원에 입학했다. 입학 첫 날, 후쿠로다니의 교문 앞에 선 아카아시는 숨을 크게 들이쉬며 꿈꾸었던 학교를 온 몸으로 느꼈다. 그래, 내가 그 후쿠로다니에 온거야. 아카아시는 웃으며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었다.

전국에서 알아주는 강호였던 만큼, 후쿠로다니의 배구부에는 지원자들이 많았다. 그 학생들을 모두 안고갈 수 없었던 배구부는 늘 그래왔던 것 처럼 입단 테스트를 거쳐 일부의 학생만 부원으로 선발했다. 자신의 토스에 나름 자부심을 갖고 있던 아카아시는 인생에서의 첫 좌절감을 이 곳에서 맛보아야만 했다. 내로라하는 선수들만 모인 이 곳에 아카아시의 자리는 없었다. 아카아시의 토스를 본 코치와 3학년 부원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넌 임팩트가 없어. 너무 평범해." 하며 그를 돌려보냈다. 자신의 배구에 그런 직접적인 평가를 보낸 것은 이 곳이 처음이었다. 그것이 아카아시에게 적잖은 상처가 되었는지 아카아시는 그 이후로 배구를 그만두었다. 그렇지만 배구의 대한 열정을 버릴 수 없었던 아카아시는 집에서 배구 경기 영상을 보며 쓸쓸히 자신의 욕구를 달랬다. 그렇게 우울한 나날을 보내던 와중에 알게된 선수가 바로 보쿠토 코타로였다. 2부 리그 선수를 하기엔 아까울 정도의 실력을 갖고 있는데다가 자신의 배구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일만큼 자신감도 넘치는 사람이었다. 아카아시는 보쿠토를 처음 보던 날, 눈을 번뜩이며 스파이크를 치던 그의 모습을 아직까지 잊지 못했다.



*



며칠 후, 아카아시는 유튜브에 업로드 된 보쿠토의 인터뷰 영상을 찾았다. 업로도 된 지 몇 시간 지나지 않은 새 인터뷰 영상이었다. 아카아시는 설레는 마음을 숨기고 동영상을 재생했다. 첫 부분은 이제 아카아시도 모두 대답할 수 있을 정도로 뻔한 질문으로 시작되었다. 그렇게 영양가 없는 질문들이 계속되다 마지막으로 배구를 계속 할 수 있던 원동력이 뭐였냐는 리포터의 질문에 보쿠토는 고민조차 않고 바로 대답했다.

"제가 2부에 있을 때부터 계속 경기를 보러 와줬던 친구가 있어요. 예전에 너무 힘들어서 그만 두고 싶단 생각 많이 했던 때가 있었는데 그 친구 응원 생각하면서 이겨내고, 더 열심히 하고. 그랬어요. 진짜 많은 힘이 됐죠. 요즘은 바쁜가 잘 안보이네요. 동그란 안경쓰고 진짜 귀여웠는데. 그 친구가 이 인터뷰 보게 되면 꼭 연락 줬으면 좋겠어요. 꼭 연락줘!"

영상이 끝나자 아카아시는 곧바로 창을 닫아버렸다. 난가. 나 같은데. 보쿠토 선수가 나 알고 있었나. 보쿠토 선수는 팬들도 많을텐데 내가 아니면 어쩌지. 2부 때부터 보러 다닌거면 나 맞는 것 같긴 한데. 어쩌지. 아카아시는 쿵쿵 뛰는 심장을 부여잡고 숨을 몰아쉬었다.



*



그렇게 며칠을 고민한 아카아시는 지금, 맥주를 두 캔이나 비운 채 보쿠토의 에이전시 건물 앞에 서 있었다. 안그래도 술이 약했던 아카아시에게 맥주 두 캔은 자신감을 심어주기 충분한 매개체였다. 얼굴을 잔뜩 붉히고 건물 앞을 서성이던 아카아시를 사람들은 이상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한참을 눈치만 보던 아카아시는 마침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는 한 사람을 붙잡고 말을 건넸다.

"저... 저기...! 저 보쿠토 선수 팬인데요! 보쿠토 선수가 연락 달라고 그래서... 아 저 그 인터뷰에서요..."
"예?"

그 사람은 잠깐 생각하는 듯 하더니 이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보쿠토? 회사에 이상한 애가 찾아왔는데 니 팬이래. 응. 니가 무슨 인터뷰에서 연락달라고 했다던데. 응 남자애야. 응. 그 사람은 아카아시를 흘깃 쳐다보고는 "보쿠토 예전에 있던 팀 이름이 뭐예요?" 하고 물었고 보쿠토가 지금까지 소속되어 있었던 팀 이름과 소속 연도까지 모두 줄줄이 대답하는 아카아시를 보고는 흠칫 놀란 표정을 지어보았다.

"얘 맞는 것 같은데.



*



여기서 기다리면 돼요, 하는 그 사람의 말에 아카아시는 한참을 혼자 미팅룸에 앉아서 보쿠토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저 탁자와 의자, 그리고 벽에 걸려있는 에이전시 소속 선수들의 사진이 전부인 방이었지만 이 모든게 아카아시에겐 꿈 같고 소중했다. 시간이 꽤나 흘렀지만 이 기다림이 아카아시에게는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쿠토가 문을 열고 들어왔고, "어 진짜 그 친구 맞네!" 하며 소리쳤다.

"안녕!" 


인사를 건네며 보쿠토는 아카아시의 맞은 편에 앉았다. 아카아시는 떨리는 자신의 두 손을 서로 맞잡았다. 꿈만 같았다. 언제나 한 걸음 떨어져 보쿠토를 보는 것에는 신물이 난 아카아시였지만 이렇게 단 둘이, 직접적으로 만나는 것은 처음이었다. 아카아시는 아까 마신 술이 전부 깨는 느낌이었다. 진짜 보쿠토가, 유니폼을 입지 않은 진짜 보쿠토 코타로가 제 앞에 있었다.


"이름이 뭐야?"

"예?"


아카아시는 잠시 말이 없다 이내 "아... 아카아시 케이지요..." 하고 말을 얼버무린다. "케이지? 이름도 예쁘네." 하고 웃어주는 보쿠토를 본 아카아시는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붉어진 얼굴을 숨기려는 의도였다.


"나 안그래도 연락 달라고 그렇게 공개적으로 말해놓고서는 생각해보니까 연락 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서 걱정 많이 했는데. 연락처도 모르고. 그래서 진짜 혼자 되게 고민 많이 했는데 이렇게 찾아와 줄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 나 원래 회사 잘 안나오는데 오늘은 연락 받고 연습하다 말고 나온거야. 너 보려고. 와 근데 진짜 이렇게 만나니까 되게 새롭네. 그지?"


아카아시는 고개를 한 번 살짝 끄덕였다. 


"나 2부에 있을 때 너 막 교복입고 옆에 삼각대 세워두고 경기 보러 오고 그랬잖아. 진짜 고마웠는데. 지금은 몇살이야? 이십대 초반인가?"

"아... 스물 넷이요."


스물 넷? 보쿠토가 놀란듯이 되물었다. 그러고는 "와, 시간이 벌써 그렇게나 흘렀구나." 하고는 덧붙였다. 아카아시는 낯을 가리는 성격 덕분인지 딱히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하고 그저 탁자 아래로 보이지 않게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고개를 끄덕거리는 것이 전부였다.


"밥 먹었어? 밥 먹으러 갈래?"


아카아시가 벽에 걸려있던 시계를 확인했다. 시계는 이제 6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아카아시가 고개를 끄덕이자 보쿠토가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들은 값비싸보이는 보쿠토의 차를 타고 고급스러운 일식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입구에 서서 머뭇거리는 아카아시를 보며 "내 팬 맛있는 거 사주고 싶어서." 라고 말하며 웃는 보쿠토를 쫓아 아카아시는 익숙하지 않은 분위기의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식사를 하는 내내 보쿠토는 아카아시를 편안하게 해주려 무던히 애썼다. 아카아시도 그런 보쿠토의 노력을 모르는 바 아니었지만 성격 탓에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반응 밖에는 보일 수가 없었다.


"왜 요즘은 경기 보러 안 와?"
"네?"
"요즘 안보이던데."

"저.... 저번주 금요일에 했던 경기 갔어요."

"왔었어? 못봤는데."

"뒤쪽에 앉아서..."

보쿠토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가장 맛있어 보이는 오도로 사시미 한 점을 집어 아카아시의 앞접시에 놓아주며 말했다.


"예전보다는 표 구하는 게 어렵긴 하지."
"네..."
"다음부터는 경기 올거면 나한테 연락해. 관계자석 빼놔줄 수 있어."


보쿠토가 웃으며 말했다. 아카아시는 두 손을 내저으며 아니요, 괜찮아요, 하고 대답했다. 그러고는 보쿠토가 아카아시에게 자신의 손을 내밀었다. 아카아시는 보쿠토의 손과 얼굴을 번갈아보며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폰 줘봐. 번호 줄게."

"네??"
"연락하려면 번호 있어야 하잖아."

아카아시는 급히 주머니를 뒤적이다 핸드폰을 찾아 보쿠토에게 건넸다. 보쿠토는 키패드를 톡톡이며 자신의 번호를 눌러주었다. 연락해, 보쿠토가 핸드폰을 아카아시에게 돌려주며 말했고 아카아시는 무의식 중에 고개를 끄덕였다.


"경기 올 때 아니어도 심심하면 연락해. 알겠지?"

"예?"
"얼른 먹어. 식으면 맛 없다."


보쿠토가 말을 돌리며 잘 튀겨진 튀김을 아카아시의 접시에 놓아주었다. 이미 아카아시의 접시에는 보쿠토가 놓아준 음식들로 가득했다. 



*



"저... 그... 오늘 감사했습니다."


아카아시가 보쿠토의 자동차에서 내리며 말했다. 가볼게요, 라며 돌아서려는데 보쿠토가 "아카아시!" 하고 크게 그를 불렀다. 아카아시는 보쿠토를 돌아보았다.


"내일은 뭐해?"


아카아시가 묘한 표정을 지었다. 보쿠토가 뒷머리를 만지작거리며 "내일 오후에 시간 비는데 잠깐 볼까 해서. 아 바쁘면 어쩔 수 없고." 하고 말했다. 아카아시는 잠시 생각하는 듯 하다 이내 "아무것도 안해요..." 하고 대답했다. 


"그럼 내일 6시에 여기로 올게. 내일 보자."


아카아시가 고개를 까닥여 가볍게 인사를 했고 보쿠토의 차는 매끄럽게 골목을 빠져나갔다. 집에 돌아온 아카아시는 신발도 채 벗지 못하고 다리에 힘이 풀려 현관에 주저앉아 버렸다.


"보쿠토 선수하고 밥먹었어..."


아카아시는 두 손바닥으로 자신의 뺨을 툭툭 쳐봤다. 눈을 꼭 감았다가 떠보기도 했다. 하지만 변하는 것은 없었다. 아카아시는 핸드폰을 열어 연락처를 뒤져보았다. 보쿠토 코타로. 진짜로 그의 번호가 저장되어 있었다. 꿈이 아니었다. 오분 전까지만 해도 보쿠토와 함께 있었다는 것이 현실이었다. 아카아시는 앉은 자리에서 한참이나 일어나지를 못하였다. 마치 꿈을 꾸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침대에 누워서도 아카아시는 한참동안 잠들지 못했다. 아카아시의 머릿속에는 '내일 6시.' 라는 네 글자만이 부유하고 있었다. 내일도 보쿠토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과 설렘에 빠진 채 아카아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스르르 잠이 들어버렸다.



*



티를 내진 않았지만 사실 보쿠토도 심장이 터질 것 같이 뛰는 것을 겨우 숨겨냈다. 제 심장소리를 숨기려 보쿠토는 일부러 평소보다 더 많은 말들을 늘어놓아야 했다. 배구선수와 팬으로, 그런 이름 아래 멀찍이 떨어져서 아카아시를 지켜봐야만 했던 예전과는 달리 오늘은, 마주보고 앉아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관중석 가장 앞자리에 앉아 있던, 시간이 흘러도 항상 그 자리에 있어주던 안경 쓴 귀여운 소년을 드디어 제대로 마주할 수 있었다. 경기 도중 잠깐이나마 마주치던 두 눈을 피하던 그 소년은 이제 보쿠토의 눈을 바라보며 웃어주고 있었다. 언제 보아도 아름다운 미소였다. 그래, 그 모습에 반했었지. 보쿠토는 되새겼다.


다음날 보쿠토는, 연습이 끝나자마자 부리나케 아카아시의 집 앞으로 차를 몰았다. 아카아시와의 약속을 기대하며 나름 차려입은 셔츠와 슬렉스가 어색했다. 매일같이 신던 운동화 대신 자신의 발을 감싸고 있는 값비싼 로퍼의 감각도 마찬가지였다. 보쿠토는 긴장감을 숨기려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크게 틀어두고 운전해야만 했다.



*



그 다음 날도, 또 그 다음 날도 보쿠토와 아카아시는 만나서 밥을 먹었고 많은 대화도 나누었다. 보쿠토의 일정 때문에 매일같이 만나진 못했지만 그래도 시간이 날 때마다 보쿠토는 아카아시를 찾아왔다. 그 때마다 아카아시는 아무리 자신이 보쿠토의 첫 팬이라지만 팬서비스가 너무 과한 것이 아닐까, 하고 고민하곤 했다.


보쿠토의 해외 전지훈련 때문에 두 사람은 한 달만에야 겨우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훈련 기간 동안 줄곧 연락을 주고받긴 했으나 직접 보는건 꽤나 오랜만이었다. 데이트 아닌 데이트를 마치고, 여느 때와 다름없이 보쿠토는 자신의 자동차로 아카아시를 집까지 바래다주고 있었다. 


"오늘도 감사했어요. 집 도착하시면 전화 주세요. 가볼게요."


문을 열고 내리려는 아카아시를 보쿠토가 황급히 붙잡았다. 아카아시는 열리다 만 문을 다시 닫고는 보쿠토의 눈을 쳐다보았다. 보쿠토는 뭔가 하려는 말이 있는 듯 입술을 달싹이며 뜸을 들였다. 아카아시는 그런 보쿠토를 재촉하지 않았다.


"그... 저... 아카아시는 나 어때?"

"네?"

"나 그냥 선수로서만 좋아하는 거야?"


아카아시는 보쿠토를 바라보고 있던 시선을 제 무릎으로 옮겼다. 그리고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보쿠토가 이런 걸 묻는 이유를 아카아시는 파악할 수 없었다. 좋아한다고 하면, 단순한 팬심이 아닌 또다른 마음을 품고 있다고 하면 앞으로 만나주지 않으려는 걸까. 아카아시는 그런 고민에 빠져 애꿎은 손가락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 너가 봤을 지는 모르겠는데... 예전에 했던 인터뷰 중에 이상형 얘기 했던.... 혹시 그거 봤어?"


아카아시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카아시의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혹시 잘 웃지도 않고 내세울 것도 없는 내가 자신을 좋아하는 게 싫은걸까, 나는 자신의 이상형과 너무나도 다른 사람이라는 말을 꺼내려는 걸까, 아카아시는 혼자 추측하며 마음을 졸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보쿠토의 말에 아카아시는 놀람을 숨길 수 없었다.


"다행이다. 그거 사실 너 생각하고 얘기한거야. 웃는거 예쁘고 나 좋아해주는 사람."


아카아시는 한껏 커진 눈으로 보쿠토를 마주했다. 보쿠토의 얼굴도 아카아시의 그것처럼 아주 붉어져 있었다. 


"예전부터 너 볼때마다 그 생각했었거든. 웃는게 진짜 예쁘다고."

"저... 저 평소에 잘 안 웃는데요."


자신이 웃는 모습을 언제 봤는지 모르겠다는 맥락에서 아카아시가 말했다. 


"그래? 너 나 볼 때는 항상 웃고 있었는데."

"제가요?"


아카아시가 놀란 듯이 물었다. 고개를 끄덕이는 보쿠토를 보며 "그럴 리 없어." 하고 아카아시는 속삭였다.


"너 처음 봤을 때는 그냥 배구 좋아하는 고등학생인가보다, 했는데 보다 보니까 아니란 걸 알았어. 너 계속 나만 보고 있었거든. 나 보면서 엄청 행복하다는 미소 짓고 있었어. 나 그런 표정으로 바라봐주는 팬은 니가 처음이어서 더 관심이 많이 갔어. 어느 순간부터 코트에 들어가자마자 너 어디있나 찾으려고 관중석만 보고있고. 너 보이면 너한테 잘보이고 싶어서 더 열심히 했어. 그러다가 1부로 옮기게 됐는데 거긴 관객들이 너무 많아서 너 찾기 힘들었는데 그래도 가끔 너 보이면 그 날은 하루종일 괜히 기분 좋고 그랬다. 원래는 니가 그냥 내 첫번째 팬이라서 나 혼자 의미부여하는 건 줄 알았는데 생각해보니까 아니더라. 내가 너 좋아하는 거였어."


아카아시의 심장이 미칠 듯 뛰었다. 태어나서 처음 받아보는 고백이었고, 심지어 주체는 보쿠토 코타로였다. 아카아시는 이것이 깨고 싶지 않은 꿈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진짜 좋아해."


보쿠토가 아카아시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금빛으로 빛나는 그의 눈동자에는 오로지 아카아시만이 담겨있었다.


이상형이요? 웃는게 예쁘고 저를 많이 사랑해주는 사람이요. 그거면 돼요 저는.


그 말이 보쿠토의 목소리 너머 아카아시의 귓가에 계속해서 맴돌았다.


사실 저도 많이 좋아해요, 보쿠토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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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와타시는 마무리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노트북이 없는 까닭일까요........ 마무리 대신 지어주는 기계 있으면 연락주세요. 삽니다.


10cm-스토커 라는 노래를 들으면서 썼는데 생각보다 글이 너무 행복해서 당황함. 봌앜 행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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