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쿠아카 / The Tooth Fairy






들으면서 읽어주십사 합니다!

저도 딱히 이 노래를 마음에 두고 쓴 글은 아니었는데 이상하게도 자꾸 생각이 나서!! 들으면서 읽어보니 상당히 잘 어울립니당ㅎㅎ 들어주세요!!



*





보쿠토가 7살이 되던 해, 두 사람은 처음 만났다. 그 날은 보쿠토의 앞니가 처음으로 빠진 날이었고 동화에서 보던대로 침대 밑에 빠진 앞니를 넣어두고 요정이 가져다 줄 금화를 잔뜩 기대하며 잠든 보쿠토는 잠결에 들려오는 짤랑이는 소리에 슬쩍 눈을 떴다.


"여기서 뭐해?"

"내가 보여...?"


곱슬거리는 머리를 가진 조그만 아이가 하던 행동을 멈추고 무척이나 당황한 얼굴로 보쿠토를 쳐다보았다. 보쿠토와 비슷한 또래의 소년이었다. 보쿠토는 자신의 방에 몰래 들어온 낯선 소년이 무섭지도 않은지 몸을 일으켜 침대 위에 앉고서는 그 소년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내가 왜 보여?"

"여기는 어떻게 들어왔어? 너 누구야?"


보쿠토가 되물었다. 하지만 소년은 보쿠토의 질문에 똑바로 대답을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거리기만 했다.


"나 우리 엄마 부를래."


아무런 반응이 없는 소년이 답답해진 보쿠토가 엄마를 불러오겠다며 침대에서 내려오려고 하자 소년은 "그건 안돼!!" 하고 소리쳤다. 소년은 보쿠토가 내려오지 못하게 보쿠토의 어깨를 단단히 붙잡고 비장한 눈빛과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이빨요정이야."


소년의 등에 달린 두 날개가 달빛에 빛나고 있었다.


-


아카아시 케이지는 어린 이빨요정이었다. 아직 자그마한 날개를 열심히 움직여 빠진 치아를 동전으로 바꿔주는 것이 아카아시의 역할이었다. 아카아시가 처음 인간 세상으로 내려가던 날, 요정 할머니께서 그에게 해주신 말을 아카아시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요정은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아.


하지만 오늘 만난 소년은 분명히 아카아시를 보았다. 본 것이 전부가 아니라 함께 대화를 나누기까지 했다. 아직 인간 세상에 내려온 지 몇 달 되지는 않았지만 자신을 알아본 인간은 보쿠토가 처음이었다.

하늘에는 어린 아이들이 귀했고, 그래서 아카아시는 또래 친구도 없이 늘상 혼자였다. 오늘 처음 만난 보쿠토는, 아카아시가 난생 처음으로 사귄 친구였다. 친구가 생겼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기뻤던 어린 아카아시는 시간이 흐르는 줄도 모르고 보쿠토의 침대 위에 함께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진짜 요정이야?"

"응! 날개도 있잖아."

"엄청 멋있다!!"


보쿠토가 손을 내밀어 날개를 만져보았다. 부드러운 감촉이 보쿠토의 손 끝으로 전해졌다.


"근데 왜 우리 집에 왔어?"

"너가 베개 밑에 이빨 넣어뒀잖아."

"진짜 금화 주는거야? 책에서 본 것처럼?"


보쿠토가 신나서 물었고, 아카아시는 "응!" 하며 고개를 끄덕이다 주머니에서 가장 반짝이는 금화를 찾아 보쿠토에게 건넸다.


"아까 너가 말 거는 바람에 주는거 깜빡했어."

"예쁘다!"


보쿠토가 어둠 속에서도 반짝거리는 금화를 요리조리 돌려보며 말했다. 둘은 오늘 처음 만났지만 마치 예전부터 알던 친구들만큼 친해졌다. 해가 밝아올 때가 되자, 아카아시는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나 이제 가야돼! 할머니가 해 뜨기 전까지는 오라고 하셨단 말야." 라며 날개를 팔락였고, 보쿠토는 아카아시의 팔뚝을 잡으며 "내일도 올거야?" 라고 물었다. 아카아시는 시무룩한 목소리로 "내일은 못 와. 이가 빠져야만 올 수 있거든. 대신 너 이빨 또 빠지면 그 땐 꼭 올게." 라는 대답을 남긴 채 구름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



"어제 진짜 이빨요정을 만났다니깐요!!"


보쿠토가 식탁 앞에 앉아 손에 금화를 든 채 소리쳤다. 그의 부모님은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아무리 말해도 요정의 존재를 믿지 않는 눈치였다.

보쿠토는 그 날 이후로, 이빨요정을 다시 만나기 위해 멀쩡한 앞니를 엄지와 검지로 잡고 마구 흔들어댔다. "코타로, 아무리 그래도 안빠져." 하는 부모님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린 보쿠토는 이를 흔드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2주 뒤, 보쿠토의 빠지지 않은 앞니 중 하나가 흔들리기 시작했고 이를 뽑는 것이 무섭다며 울어대는 여느 아이들과는 달리 보쿠토는 의젓하게 치과 의자에 앉아 앞니를 뽑았다. 입에 거즈를 물고 "의아헝행잉! 다응두에 오 오께오! (의사선생님! 다음주에 또 올게요!)" 라고 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보쿠토는 집에 가자마자 저녁 밥도 먹지 않고 침대에 누웠다. 물론 베개 밑에 빠진 이를 넣어둔 채였다. 시간이 너무 이른 탓인지 아니면 이빨 요정을 만날 생각 탓인지 잠은 쉽사리 오지 않았다.


"보쿠토! 보쿠토 일어나봐!"


자신도 모르는 새 잠에 빠진 보쿠토는 자신의 어깨를 두드리는 느낌에 부스스 눈을 떴다. 창 밖은 이미 어둠이 내려앉은 후였고, 그 캄캄함 속에서도 보쿠토는 아카아시를 알아볼 수 있었다.


"이빨 요정!!"


보쿠토는 눈 앞의 아카아시를 세게 껴안았다.


"이빨 요정! 엄청 보고싶었어!"


아카아시는 "나도 보쿠토 보고싶었어!!" 라고 대답했다. 보쿠토는 급하게 베개 밑에서 아카아시가 아직 가져가지 않은 이를 꺼내어 아카아시에게 주었다.


"이빨 요정! 나 이빨 요정 빨리 보고싶어서 이 빨리 뽑았어! 하나도 안울고!!"


아카아시는 보쿠토에게서 이를 건네받으며 "잘했어!" 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저번에 준 것보다 더 예쁘게 반짝이는 금화를 꺼내 보쿠토의 손에 쥐어주었다.


"나도 보쿠토 주려고 제일 예쁜 동전 아껴뒀어!"

"정말? 고마워 이빨 요정!"

"내 이름은 아카아시야. 아카아시 케이지!"


아카아시? 하고 되묻는 보쿠토에게 아카아시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카아시는 몇 살이야? 난 7살인데."

"아직 몰라. 할머니가 이빨 3000개 모아오면 알려주신댔어."


아카아시가 손가락을 세 개 펴보이며 말했다. 보쿠토는 아아, 하며 고개를 끄덕이다 "근데 삼천개가 몇개야?" 하고 물었다.


"삼천개? 몰라. 근데 나 오늘 보쿠토가 준 것까지 하면 총 87개 모았어."

"87개나? 그럼 삼천개 금방 모으겠네!"

"응! 다음에 보쿠토 집 올 때면 다 모으지 않았을까?"


둘은 잔뜩 신이 나서 웃음을 터뜨렸다. 7살 꼬마아이에겐 '3000'이란 너무 어려운 숫자였다.


-


보쿠토의 아랫니가 빠진 것은 그 후로 한 달 반이 지나서였다. 보쿠토는 아카아시가 너무 보고 싶었던 나머지 아직 충분히 흔들리지 않는 이를 치과에 가서 억지로 뽑아달라고 했다가 엄청난 통증을 느꼈다. 보쿠토는 집에 오는 길에 '다음부턴 이 뽑아 달라고 떼쓰지 말아야지.' 라고 다짐했지만 그 날 밤 만난 아카아시 덕분에 보쿠토는 그런 생각을 잊을 수 있었다.


"아카아시!! 오랜만이야!!"


보쿠토는 며칠 전 유치원에서 받아온 초콜릿을 서랍에서 꺼내어 아카아시에게 건넸다.


"아카아시 선물! 아카아시 주려고 안먹고 아껴뒀어."

"이거 뭐야?"


아카아시가 포장지에 예쁘게 쌓인 생소한 물건을 받아들고는 보쿠토에게 물었다. 보쿠토가 "쪼꼬렛!" 하고 대답했지만 아카아시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먹어봐. 맛있어!"


보쿠토는 아카아시의 손에 들려있던 초콜릿을 뺏어가서는 포장을 벗겨 아카아시에게 주었지만 아카아시는 그것을 받아들지 않았다. 보쿠토가 "안먹어?" 하고 묻자 아카아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인간 세상에 있는 건 아직 먹으면 안돼. 사람이 되고 나서 먹을 수 있어."

"그래?"


보쿠토는 들고 있던 초콜릿을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달콤한 맛이 입 안 가득 퍼졌다.


"근데 아카아시, 사람 될 수 있어?"

"응. 이빨 오천 개 모으면!"


보쿠토는 오천 개가 얼마나 되는 건지 잘 가늠이 가지 않았다. 보쿠토는 손가락을 펴고 접기를 반복하다 자신에게 너무 어려운 숫자라는 것을 깨닫고는 이내 잠옷 주머니에 손을 넣어버렸다.


"아카아시. 저번에 삼천 개 모으면 나이 알려준다고 했잖아. 삼천 개 다 모았어?"

"아직."


아카아시가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으며 말했다. 아카아시의 대답에 왠지 둘은 조금 풀이 죽은 듯 했다. 하지만 보쿠토는 씩씩한 목소리로 "아카아시도 아마 7살 일거야! 왜냐하면 내가 7살이니까!" 라고 외쳤다. 아카아시도 딱히 부정을 하지는 않았다. 아카아시도 왠지 자신이 7살일 것 같다고 생각했다.



-


보쿠토는 어느덧 11살이 되었고, 마지막으로 남은 어금니가 빠졌다. 그 날 밤에도 어김없이 아카아시가 찾아왔다. 그 날따라 기운이 없어 보이는 보쿠토를 이상하게 여긴 아카아시가 보쿠토의 어깨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보쿠토. 오늘 무슨 일 있었어? 기분이 안좋아 보여."


보쿠토는 한참동안 말이 없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아카아시는 "왜 그래...? 오늘 내가 준 동전이 안예뻐서 그래?" 하고 물었지만 보쿠토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아카아시도 더 이상은 묻지 않았다. 그저 보쿠토가 입을 열 때까지 기다릴 뿐이었다.


"아카아시."

"응."


보쿠토가 울음을 터뜨렸다. 당황한 아카아시가 "보쿠토! 왜 울어!!" 하고 보쿠토를 달랬지만 그럴수록 보쿠토의 울음소리는 더 커져만 갔다. 아카아시는 그런 보쿠토를 꼭 끌어안고 토닥여주다가 보쿠토의 눈물에 울컥해져 자신도 함께 울음을 터뜨려버렸다. 둘은 서로를 껴안고 한참을 울었다. 그러다 이내 보쿠토의 울음이 조금 잦아들었고, 보쿠토는 잔뜩 갈라진 목소리로 "이제 아카아시 못보잖아." 하고 얘기했다. 아카아시는 눈물을 닦으며 "왜 못 봐?" 하고 물었다.


"이게 내 마지막 어금니란 말야. 이제 더 이상 빠질 이가 없어."


보쿠토는 그 말을 하다 다시금 눈물을 쏟아내었다. 흐엉 아카아시- 보쿠토는 아카아시의 품에 파고들며 더 크게 엉엉 울었다. 아카아시도 우느라 잔뜩 잠긴 목소리로 히끅이며 "내가 가끔씩 놀러 오면 되잖아." 라고 얘기했다. 한참을 그렇게 울다 보니 어느덧 해가 뜰 시간이 되었고, 보쿠토는 작년 생일에 부모님에게 선물받은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은팔찌를 아카아시에게 건넸다. 보쿠토가 매우 아끼던 것이었지만 아카아시에게 주는 것이라면 아깝지 않았다. 보쿠토는 퉁퉁 부은 얼굴로 "다시 만날 때까지 잃어버리면 안돼!!" 라며 멀어져가는 아카아시에게 소리쳤다. 보쿠토는 환하게 떠오르는 해를 원망했다.



-



둘이 다시 만난 것은 그 후로 꼭 5년 만이었다. 창 밖을 내리는 하얀 눈을 보쿠토는 바라보고 있었다. 올해의 첫 눈이었다.


"안 추워요?"


등 뒤에서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에 보쿠토는 재빠르게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 곳에는 아카아시가 서 있었다. 아카아시!!! 보쿠토는 소리치며 그를 빈 틈 없이 꼭 끌어안았다. 만나지 못한 사이 변한 것은 참 많았다. 달라진 목소리와 잔뜩 자란 키는 5년의 시간을 체감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보쿠토는 자라버린 아카아시가 마치 어제도 만난 사람인 것 마냥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아카아시 너무해! 놀러온다고 해놓고!! 너무 늦었잖아."

"죄송해요. 빠진 이가 있어야만 올 수 있어서 그래요. 그게 규칙입니다."

"그렇...  근데 아카아시 왜 나한테 갑자기 존댓말 써?"


아카아시는 잠시 뜸을 들이다 부끄러운지 고개를 돌려 보쿠토의 눈을 피하고는 대답했다. 다 모았거든요, 삼천개.


"뭐? 언제? 그 사실을 왜 이제야 말하는거야??"

"그럴 수 밖에 없죠. 어제 삼천 개째 이를 가져왔으니까요. 그래서 요정 할머니께서 보쿠토 상 만나러 오는 거 허락해주신 겁니다. 삼천 개 기념."

"그래서 몇 살이래? 몇 살이래, 아카아시? 역시 나랑 동갑이지?"


잔뜩 신이 나 묻는 보쿠토의 목소리에 얼굴을 붉힌 아카아시는 큼큼, 하고 잠시 가다듬은 후에 대답했다.


"보쿠토 상보다 한 살 어립니다."




-


보쿠토는 오랜만에 만난 아카아시와 밤을 지새웠다. 5년 만에 풀린 이야기 보따리는 바닥을 보일 줄을 몰랐다.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지금 가면 또 언제 와?" 하고 묻는 보쿠토에게 아카아시는 "인간이 되면요." 하고 대답했다. 보쿠토는 조금 섭섭했지만 그게 하늘나라와 인간 세상 사이의 규칙이었고, 어겨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았다. 아카아시와의 만남 덕분에 한숨도 못자고 학교에 온 보쿠토는 책상에 엎어져 '삼천 개 모으는 데에 9년 걸렸으니까, 오천 개 모으려면... 앞으로 6년 남은건가.' 라는 생각을 했다. 아무래도 6년은 너무 긴 것 같은데. 보쿠토가 진지하게 걱정했다.


"보쿠토, 어제 늦게 잤니? 엎드려 있지 말고 일어나서 76페이지 본문 읽어봐."


보쿠토는 선생님의 부름을 듣지도 못하고 혼자 상념에 빠져 있었다. 아카아시를 다시 만날 날까지 남은 시간이 너무나도 길었다. 보쿠토!! 선생님이 다가와 보쿠토의 등을 두드리고 나서야 보쿠토는 겨우 정신을 되찾을 수 있었다.



-


드디어 후쿠로다니의 배구부원인 보쿠토에게도 후배가 생기는 날이었다. 그 날 아침부터 보쿠토는 잔뜩 들떠 있었다. 내가 선배라니! 보쿠토는 귀에 걸리는 입꼬리를 내릴 생각도 하지 못하고 온종일 학교를 뛰어다녔다.


"코노하, 후배들 귀여울까? 세터도 있을까? 이번에 3학년 선배들 졸업해서 우리 세터 없잖아. 근데 나보다 더 센 후배가 들어오면 어떡하지? 그럼 나 에이스 자리 뺏길텐데. 완전 세면 어떡하지? 아님 후배들이 너무 약해서 봄고 못나가면 어떡하지? 나 진짜 나가고 싶은데! 도쿄 대표로!"


드디어 방과후, 기다리던 부활동 시간이 찾아왔고 자신의 옆에 서서 대답할 시간조차 주지 않고 질문을 쏟아내는 보쿠토를 코노하는 한심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바보 부엉이.

닫혀 있던 체육관의 문이 열렸고, 3학년인 주장의 뒤를 따라 신입 부원들이 줄줄이 들어왔다. 오, 다들 키가 크네. 신입 부원들을 훑던 보쿠토의 시선이 누군가에게로 멈춰섰다.


"아카아시??"


보쿠토가 소리쳤고, 그걸 들은 사루쿠이가 "아는 사람 있어?" 하고 물었지만 보쿠토는 우물쭈물대며 시원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아카아시와 닮긴 무척이나 닮은 사람이 있었지만, 아카아시가 사람이 되려면 아직 모아야 할 이가 많이 남았다는 것을 보쿠토도 알고 있었기에 쉽사리 그가 아카아시일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보쿠토는 의아하게 여기며 신입 부원들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자 주목! 여긴 새로 들어온 1학년 신입 부원들이고 인사부터 할게. 이 쪽부터 쭉 돌아가면서 하자."


주장의 말에 앞쪽에 서있던 신입 부원부터 자기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가장 뒤 쪽에 서있던 아카아시를 닮은 사람의 차례가 돌아오기 전까지 보쿠토의 심장은 빠르게 쿵쿵 뛰었다. 아카아시였으면 좋겠다고 보쿠토는 생각했다. 아니, 바랐다는 게 좀 더 정확했다. 그 사람이 제발 아카아시이기를 보쿠토는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드디어 그 신입 부원의 순서가 되었고 그는 잠시 망설이는 듯 했다. 그는 부끄러운지 오른팔을 들어 뒷통수를 긁적였다. 보쿠토는 그의 오른쪽 손목에서 반짝이는 무언가를 보았다. 보쿠토는 아, 하고 탄성을 내뱉었다. 그 소리에 그는 살풋 웃고는 보쿠토의 눈을 쳐다보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아카아시 케이지, 세터입니다."



-


"아, 그 날 이후로 빡세게 도느라 진짜 죽을 뻔 했습니다. 하루에 열 탕 뛴 날도 있었어요."


그 다음 날, 부활동이 끝난 후 둘은 함께 하교했다.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하며 걷느라 둘의 걸음은 엄청나게 느렸지만 어느 누구도 그것에 대해 불만을 표하지 않았다.


"아카아시. 근데 그 팔찌 아직 갖고 있었네?"

"보쿠토 상이 잃어버리지 말라면서요."

"너 저번에 나이 말해주러 우리 집 왔을 때는 없었잖아."

"그 때는 씻느라 잠시 욕실에 두고 온 겁니다."

"핑계는."


핑계 아닙니다!! 발끈하는 아카아시를 무시한 채 보쿠토는 가방을 뒤적였다.


"제 말 들립니까? 진짜 그 날빼고는 하루도 빠짐없이 하고 다녔어요. 그 날은 제가 잠을 제대로 못자서 씻고 나서 다시 차는 걸 깜빡-"


열변을 토하는 아카아시에게 보쿠토는 조그맣고 동그란 무언가를 건넸다. "뭡니까?" 하고 묻는 아카아시의 말에 보쿠토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아카아시는 보쿠토의 손에 들린 것을 받아들었다. 저금통이었다.


"왜 주십니까? 간식비라면 저도 있어요. 아무리 하늘나라라지만 졸업한 요정을 빈 손으로 내려보내진 않습니다."


아카아시가 툴툴댔다. 보쿠토는 싱긋 웃으며 "그거, 아카아시가 예전에 나한테 줬던거 하나도 빠짐 없이 다 모은거야. 아카아시가 준 거니까 돌려주려고." 라고 말했다.


"아..."


아카아시는 말문이 막혀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것은 아카아시가 예전에 주었던 금화가 모두 담긴 저금통이었다. 솔직히 조금은 감동이었다. 아카아시는 손에 쥔 저금통을 바라보다 살짝 흔들어보았다. 짤랑이는 소리가 듣기 좋았다.


"아. 오늘은 하늘에 별이 많네. 그지. 예쁘다."


보쿠토는 자연스레 말을 돌리며 아카아시의 어깨에 슬쩍 손을 올리고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팔 무겁습니다. 내려주시죠."

"아카아시 너무해! 예전에는 아무 말도 안했으면서!"

"그 때는 제가 요정이었으니까 그렇죠. 지금은 사람이잖습니까."


그 말에 보쿠토는 투덜거리며 제 팔을 내렸다. 아카아시는 그런 보쿠토의 모습이 귀여워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겨우 참으며 보쿠토의 허리에 자신의 팔을 감았다. 보쿠토는 갑작스레 느껴지는 온기에 몸을 살짝 떨었다.


"에? 뭐야 아카아시?"

"아, 무거우십니까? 무거우시면 내리고요."

"아니! 아니!!! 하나도 안무거워!!!"


보쿠토의 입꼬리가 또 다시 올라갔다. 아카아시가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 본 하늘엔 정말 유난히도 별이 많았다. "진짜 오늘따라 별이 많네요." 하는 아카아시의 목소리에 보쿠토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늘에 수놓인 무수히 많은 별들이 그들의 재회를 축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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