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오이 / 두 남자의 독백



가사 : 벅스에서 캡처.가사 : 벅스에서 캡처.
가사 : 벅스에서 캡처.


[아침에 네 목소리로 잠을 깨워주던 넌데]

라는 구절을

[하지메 네 목소리로 잠을 깨워주던 넌데]

라고 잘못들은데에서 시작된 망상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쿠루브 - 지금 이순간에도



위 노래의 가사를 바탕으로 쓴 글이고 첫번째 사진은 이와이즈미, 두번째는 오이카와의 마음을 표현한 것으로 가정했습니다. 삽입된 노래는 듣지 않으셔도 무관합니다만 함께 들으며 읽어주시면 감정이 좀 더 전해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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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후회,



창문을 열었다. 비가 오려는지 잔뜩 흐려진 날씨가 눈에 띄었다. 문득 오이카와의 생각이 났다. 비오기 전의 한껏 가라앉은 날씨를 좋아하던 녀석이었다. 변태같다며 저를 놀리는 나의 목소리에도 "분위기 있고 좋잖아." 라며 미소짓던 그의 얼굴이 떠올랐다. 나를 스치는 바람이 유독 싸늘하다는 것을 느끼고는 빠르게 창문을 닫았다. 어쩌면 문득 떠오른 오이카와 때문이었을지도 몰랐다. 오이카와는 나를 떠났지만 나는 그를 탓하지 못했다.사실대로 말하자면, 그 때의 그는 현명했다. 나는 오이카와에게 제대로 된 사랑을 주지 못했다. 그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게 아니다. 당시의 나는 너무 서툴러서 사랑하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그런 나의 모습에 오이카와는 항상 힘들어했고, 그가 힘들어하는 것이 나에게까지 전해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를 놓아주지 못했다. 돌봐주지 못할 것이라는 걸, 그가 원하는 것을 주기에는 내가 너무나도 부족하다는 걸 알았지만 오이카와를 곁에 두고 싶었다. 순전히 나의 이기심 때문이었다. 이기적인 나로 인해 오이카와는 상처를 받았고 나를 떠났다. 나에게 상처를 받아 아파하는 너에게 손을 내밀 수가 없어서, 그래서 멀어져가는 오이카와를 잡을 수 없었다. 묶어둔 수갑을 끊고 도망가는 그에게 다시 족쇄를 채울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오이카와와 연애를 할 때보다 그와 헤어진 후에 나는 오이카와를 더 많이 생각했다. 맛있는 식당에 더 많이 데려가주지 못해서, 야경이 예쁜 곳에 함께 가주지 못해서. 돌이켜보면, 오이카와와의 연애에는 온통 후회 뿐이다. 나는 그에게 뭐 하나 제대로 해 준게 없었다. 지금은 무언가를 잔뜩 안겨주고 싶어도 받아줄 그가 없다는 것이 나를 슬프게 했다. 그가 나에게 바랐던 건 사랑 뿐이었지만 그것마저 충분히 주지 못했다. 그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다. 단지 그것을 표현하는 것이 어려웠을 뿐이지만, 그것마저 오이카와에게는 아픔이 되었을 것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툭하면 나에게 짜증을 내던 오이카와가 싫었다. 그러나 지나고 보니 그것이 단순한 짜증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서러움이었다. 서운함과 투정, 그는 간접적으로 나에게 사랑을 구걸했지만 나는 그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내가 멍청했다. 그래서 변해가는 그에게 그 어떤 불평도 할 수 없었다. 내가 연락이 없어도, 집에 늦게 들어가도 아무렇지 않아 하는 그에게 섭섭하다고 툴툴댈 자격이 없었다. 내가 너무 못된 놈이었다. 내가 무심코 그에게 주었던 아픔은 쌓이고 쌓여 그에게 치명적인 상처가 되었고, 그것을 치유할 시기를 나는 너무나도 오래전에 놓쳐 버렸다. 나는 오늘도 전해지지 못할 진심어린 사과를 너에게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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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미련,



'오이카와, 빨리 일어나. 너 늦었어.'


'으음... 5분만... 이와쨩 5분 이따 다시 전화해줘...'


'난 깨웠다. 못 일어나면 니 탓이야.'



이와이즈미의 모닝콜 대신 맞춰둔 알람소리에 잠을 깼다. 그의 꿈을 꿨다. 내 손을 부드럽게 잡아주던 그에게서 아무런 온기가 느껴지지 않아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던 찰나, 알람이 울렸다. 분명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왜 오랜만에 만난 이와이즈미가 꿈 속에만 존재했다는 것이 아쉬운건지 모르겠다. 미련같은 건 없다고 생각했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 이와이즈미에게 상처란 상처는 전부 받았다. 그는 나를 귀찮아했다. 그는 부정했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먼저 연락하는 일도, 만나자고 하는 일도 없었다. 그래도 나는 이와이즈미를 사랑했다. 그냥 그의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그가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저 이 세상에 한 명뿐인 이와이즈미의 연인이 나라는 사실에 만족했다. 아니, 만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느 순간부터 나의 서운함은 깊어졌고 나를 밀어내는 너의 태도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딱히 어떠한 이유라거나 계기가 있는 건 아니었다. 섭섭함은 한 순간에 찾아왔고 그 때부터 나는 조금씩 그를 멀리할 수 있었다. 냉정해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마음의 무게같은 건 없었다. 어차피 나 혼자 좋아서 시작한 관계인 만큼 나 혼자 정리하면 끝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그는 나를 순순히 보내주었다. 마음 한 구석이 시려왔다. 한 번 쯤은 잡지 않을까, 아무리 나를 사랑하지 않았더라도 그래도 연인인데 한 번 쯤은 잡아주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는 내 예상을 완전히 빗겨갔다. 그렇다. 그는 정말 나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었던 것이다. 오히려 먼저 내가 헤어지자고 해주어 고마워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우리는 헤어졌다, 어떠한 여지도 없이.


그가 오늘 나의 꿈에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정말 아무런 미련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따뜻함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나를 보는 그의 눈동자에는 온전히 나 뿐이었다는 것을 이제서야 깨달았다. 잠에서 깨어 멍한 상태로 그 때의 이와이즈미를 다시 돌이켜보았다. 사실 그는 나를 사랑해주었다. 그 때의 나는 서운함에 잠식되어 그가 나에게 보내는 숨겨진 사랑의 의미를 알지 못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굳이 집 앞까지 데려다 주던 것, 항상 덜렁이던 나에게 비가 올테니 우산을 챙겨 나가라고, 옷을 따뜻하게 입으라고 얘기해 주던 것. 그가 아침 일찍 수업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잠이 안온다는 것을 핑계로 밤 늦게 걸어 본 전화를 그 어떤 불평이나 불만도 없이 받아주며 나와 함께 긴 밤을 지새우던 것. 그는 나를 사랑하고 있었다. 내가 너무 무뎌서 알아채지 못했을 뿐이었다. 참아내지 못한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그의 생각이 너무 나서 오랜만에 서랍 구석에서 그가 나에게 주었던 편지를 꺼내었다. 사실 편지라고 하기도 뭐할 정도로 짤막한 쪽지였다. 메모지에 아무렇게나 휘갈겨진 몇 자 안되는 글씨를 몇 번이고 나는 꾹꾹 눌러 읽었다. 그의 마음이 여기까지 느껴졌다. 그가 문득 보고싶어졌다. 그에게 남은 미련이라고는 전혀 없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틀렸었다. 미련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부터가 미련이었다. 미련이 남아서, 미련이 없다고 나를 위로하고 속이는 것 뿐이었다. 그렇게 사랑했던 이와이즈미를 한 번에 잊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내가 바보같아졌다. 그는 내 일상에 너무나도 깊이 들어와있었다. 그 때, 그냥 그에게 고백하지 않았더라면 조금 더 행복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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