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흐름 주의.

노잼 주의.






5. 아주아주 열성인 오메가 켄마 + 알파 쿠로오 + 친구와 연인 사이 어딘가.

켄마는 원래 오메가인데 형질이 너무 약해서 그냥 베타인 줄 알고 살았으면 좋겠다. 히트싸이클 때도 향 거의 없어서 아무도 모르고 켄마 스스로도 자각하지 못해서 그냥 몸살인 줄 앎. 주기까지 불규칙하니 그게 히트싸이클이라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는 게 당연할지도 모름. 그렇게 켄마는 자신이 베타라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었음. 그러다가 켄마가 21살, 쿠로가 22살이 되었을 때 갑자기 쿠로가 잘 다니던 대학 그만두고 유학 간다고 했으면 좋겠다. 자기 배우고 싶은게 생겼다고. 쿠로는 뭔가 프랑스나 그런 유럽 쪽으로 갈 것 같음. 그렇게 쿠로의 출국 전 날, 둘이 쿠로오 방에서 같이 술 마시고 하는데 쿠로가 대학 졸업 전까진 일본에 돌아오지 않을 생각이라 둘이 진짜 꽐라 될 때까지 마시는거지. 그러다가 켄마의 그 불규칙한 히트싸이클이 터져버리고 둘은 히트싸이클의 열기보다 몇 년간 서로를 못 본다는 애틋함에 몸을 섞게 됨. 둘 다 히트싸이클인건 눈치 못챘고. 켄마는 다음 날 아침에 눈 떠보니까 옆에 쿠로가 누워 있고, 둘 다 벗고 있는데다가 몸이 쿡쿡 쑤셔 오니까 취한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바로 기억함. 둘 다 취하긴 했었지만 정줄을 놓을 정도로 취한 건 아니라 간밤의 일이 다 기억날 것 같다. 그렇게 한참을 누워있다가 쿠로오의 어머님이 "테츠로!! 켄마!! 밥 먹어!!!" 하고 불러서 후다닥 옷 입고 밥 먹으러 내려감. 어머님이 "어제 많이 마셨니? 얼굴색이 안좋다." 하고 얘기하자 둘이 당황해서ㅋㅋ "네?? 아 예 많이 마셨죠 많이....." 이러고 얼굴도 못들고 밥만 먹음ㅋㅋㅋㅋ. 그렇게 쿠로가 유학길에 오르고 몇달 후, 켄마는 몸이 너무 안좋아져서 병원을 찾음. 아마 항상 붙어다니던 쿠로의 빈자리 때문에 생긴 스트레스가 원인일거라고 생각했겠지. 하지만 켄마는 뜻 밖의 결과를 마주함.
"산부인과로 가셔야겠는데요."

5-2. 켄마는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산부인과로 향함. 하지만 결과는 역시나였음. 켄마는 그 결과를 인정할 수 없었겠지. 자기는 베타였으니까. 그래서 형질검사를 진행하는데 불행히도 열성 오메가로 결과가 나왔음. 켄마는 병원에서 받은 형질 검사 결과지와 초음파 사진을 들고 울면서 집으로 돌아감. 꿈일 거야. 그럴 리 없잖아. 일어나면 다 원래대로 돌아올거야. 하며 켄마는 자신을 위로했지만 집에 도착해도 변하는 사실은 단 한가지도 없었음.

5-3. 켄마는 부모님에게 임신사실을 사실대로 밝혔음. 자기가 오메가인 것도. 하지만 쿠로오와 그의 가족에게는 아무 말도 안할 것 같다. 처음으로 정말로 하고 싶은 공부가 생겼다며 들떠하던 쿠로오를 켄마는 방해하고 싶지 않았겠지. 켄마가 자신의 아이를 가졌다는 걸 알면 쿠로는 곧장 일본으로 돌아올거고 켄마와 아이를 위해 쿠로는 취업을 해야 할테니까. 켄마가 쿠로오에게 임신 사실을 알리는 순간 쿠로는 공부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켄마도 알고있었음. 솔직히 처음에는 켄마도 혼자 아이 낳고 키우는게 엄청나게 두려웠음. 그런데 아무도 그렇게 말해준 사람은 없었지만, 켄마는 왠지 아이를 지우면 안될 것 같다고 생각했음. 그래서 켄마는 혼자 아이 낳기로 결정함. 집 주변에는 아는 사람도 많고 그러다가 들켜서 쿠로 귀에 들어가게 되면 안되니까 도쿄 외곽에 병원이  가까운 조그만 아파트 구해서 혼자 지내기로 했겠지.

5-4. 그 후로 켄마는 쿠로와의 연락을 끊어 버렸음. 임신했다는거 알기 전까진 그래도 간간히 연락하고 지냈는데 계속 연락했다가는 울면서 "쿠로 나 니 애 가졌어." 라고 말해버릴 것 같아서 켄마는 그냥 더이상 쿠로와 연락을 하지 않았음. 쿠로가 계속 연락을 시도했지만 켄마는 무시했음. 처음에는 쿠로도 켄마가 연락온 것을 못봤다거나 시차때문에 시간이 잘 안맞아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지속되다보니까 쿠로도 뭔가 이상한 걸 느끼지만 딱히 대수롭게 여기진 않을 것 같다. 생각해봤자 '켄마는 이제 내가 귀찮나.' 이런 생각 뿐이겠지. 그래서 답장은 없었지만 쿠로는 이따금씩 생각날 때마다 켄마에게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음.

5-5. 쿠로네 부모님과 켄마네 부모님은 교류가 많았고 또 자주 만났으니까 어쩔 수 없이 켄마의 임신에 대해서 털어놓을 것 같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켄마도 그러는게 좋을 것 같다는 쪽으로 생각이 변했고, 그래서 켄마 불러다 놓고 켄마가 직접 얘기하게 할 듯. 켄마도 언제까지 숨길 수 있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고 적어도 쿠로의 부모님에게는 말하고 싶다고 느끼고 있었으니까 그냥 편하게 털어놓겠지. 켄마가 그동안 있었던 일과 자신의 몸에 자리잡은 작은 생명체에 대해 말하고는 덧붙임.
"아직 쿠로에게 알릴 생각은 없어요. 분명 그 소식 듣자마자 다시 도쿄로 돌아오겠다고 할테니까요. 쿠로의 꿈을 망치고 싶지 않아요. 조용히 혼자 아이낳고 키우다가 쿠로가 공부 마치고 돌아오면 그 때 다 얘기할게요."
켄마의 말을 들은 쿠로오의 부모님도 처음에는 공부고 뭐고 자기가 저지른 일은 자기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쿠로를 불러오려고 했는데 켄마가 그건 절대 안된다며 쿠로가 대학 졸업하면 그 때 알리고 싶다고 강단있게 얘기해서 부모님도 하는 수 없이 뜻 꺾으실 듯. 쿠로오의 부모님도 켄마가 아무 고민없이 그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는 것도 충분히 알고 있었음. 켄마는 야무지고 냉정한 아이니까. 그래서 쿠로네 부모님도 켄마가 먼저 얘기하기 전까진 아무 얘기도 하지 않기로 약속했음.

5-6.
켄마는 그동안 쿠로가 보낸 문자를 보면서 찔끔 눈물을 흘렸음. 쿠로는 한 달에 한 두번씩,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마다 켄마에게 문자를 보내주었음. 문자 내용은 항상 별 거 없이 그저 잘 지내냐며 자신의 일상을 얘기해주는게 다였는데 켄마는 그런 사소한 것에도 이상하게 마음이 먹먹해졌음. 왜 같이 찍은 사진 한장 없는지, 쿠로를 추억할 수 있는 방법이 쿠로의 문자메세지를 다시금 읽어보는 것 밖의 없다는 사실이 켄마를 아프게 했음. 그래도 쿠로의 일상을 어느정도 공유받고 있다는 생각에 내심 기쁘기도 했음. 이젠 제법 불러온 배를 쓰다듬으며 똑같은 활자를 몇번이고 다시 읽고 있는데 마침 쿠로에게 새 문자가 도착했음.
[보고싶어 켄마.]

5-7. 그 문자를 끝으로 한동안 쿠로에게는 연락이 없었음. 시간이 흘러 켄마는 아이를 낳았고, 그 소식을 들은 쿠로의 부모님은 부리나케 병원으로 달려와 켄마의 손을 붙잡고 한참을 울었음. 고맙다 켄마, 정말 고마워. 그리고 켄마의 품에 안긴 조그마한 아기는, 정말 쿠로오를 빼다 박아 놓은 듯 했음. 그래서 켄마는 아이를 볼 때마다 또 다른 쿠로오를 보는 것 같아서 가슴 한 켠이 시큰해져 올 것 같다.
'나도 보고싶어, 쿠로.'

5-8. 아이낳고 나서는 쿠로의 부모님이 켄마 부모님보다 켄마를 더 챙길 것 같다. 임신 중이었을 때도 임산부는 잘 먹어야한다며 시도때도 없이 바리바리 반찬 싸들고 오시던 분들이었지만 출산 후에는 그냥 해줄 수 있는거 다 해주시려고 할 듯. 켄마가 일할 수 있는 상태도 아니니까 생활비도 보내주시고. 아무래도 쿠로의 빈자리를 부모님께서 메워주시려는 거겠지.

5-9. 아이가 두번째 생일을 맞이하던 날, 정말 오랜만에 쿠로에게서 문자가 올 것 같다. 켄마는 들떠서 창을 열었다가 정말 상상조차 하지 못한 내용에 심장이 쿵 떨어지는 것을 느낌.
[나 여자친구 생겼다 켄마.]
같이 첨부되어 있던 사진을 열자 보고싶었던 쿠로오의 모습이 담겨있었음. 쿠로는 시간이 흘러서인지 더 성숙해지고 멋있어져 있었지만 그 옆에 보이는 낯선 얼굴에 켄마는 살짝 굳어졌음. 쿠로의 여자친구구나. 아름다운 얼굴에 금발머리를 가진 여자였음. 키도 크고 몸매도 엄청 좋겠지. 사진 속 쿠로는 그의 여자친구를 끌어안고 행복한 듯 미소짓고 있었음. 켄마는 소리없이 눈물을 흘렸음. 그리고 그 다음 날 켄마는 전화번호를 바꿨음.

5-10. 그렇게 시간이 흘러 아이는 5살이 되었고 쿠로도 학교를 졸업하고 일본으로 돌아옴. 물론 그의 여자친구와 함께였겠지. 둘은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었음. 쿠로를 마중하러 공항에 나갔던 쿠로의 부모님은 쿠로 옆에 자리한 뜻밖의 여인에 무척 당황함.
"제 여자친구에요, 아버지."

5-11. 켄마는 자신의 부모님으로부터 그 소식을 전해 듣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을 것 같다. 쿠로가 그 여자와 결혼할 거라곤 생각해본 적 없겠지. 켄마는 쿠로가 일본에 돌아오면 자신과 결혼해서 아이와 함께 행복한 가정을 꾸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유학하는 동안 쿠로에게 애인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었지만, 그리고 실제로 쿠로에게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켄마는 그가 그 여자와 결혼하겠다고 말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음. 켄마의 시나리오에는 항상 프랑스에서 돌아온 뒤 자신과 결혼하는 쿠로 밖에 존재하지 않았거든. 원래 쿠로가 돌아오면 바로 아이에 대해 얘기하려던 켄마는 자신의 계획을 조금 뒤로 미룰 수 밖에 없었음.

5-12. 일본에 돌아온 다음 날, 쿠로는 켄마의 본가에 찾아갔음. 오랜만에 뵙는 켄마의 부모님과 인사를 나누고 켄마를 찾는데 부모님이 켄마 독립했다고 말해주겠지. 켄마가 이야기하기 전까진 양가 부모님 모두 함구하기로 했으니 아이때문에 나가 산다고 말하지는 못했음. 그래서 켄마의 집 주소를 묻는 쿠로에게 순순히 주소를 알려줄 수 밖에는 없었음.

5-13. 쿠로가 켄마의 집 근처에 도착해서 헤메고 있는데 저 멀리 까만 머리의 켄마가 보이겠지. 켄마! 하고 반갑게 인사하려는데 켄마의 옆에는 조그마한 아이가 함께였음. 켄마는 한 손으로 아이의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아이의 가방을 들고 있었음. 켄마가 가까워져 오자, 쿠로는 자신도 모르게 차 뒤에 숨어 "아빠! 오늘 저녁 뭐야?" 하고 묻는 명랑한 아이의 목소리를 들으며 생각했음.
'켄마 결혼했구나.'

5-14. 쿠로는 내심 섭섭했음. 자신의 연락은 다 무시했으면서, 그 동안 몰래 결혼을 해버린 켄마가 조금은 원망스럽기도 했겠지. 십년이 넘는 세월을 붙어다녔는데 떠나자마자 자신을 잊어버린 켄마를 쿠로는 이해할 수 없었음. '공식적이진 않았지만, 나름 애인 사이라고 할 수도 있었잖아. 잠도 잤는데....' 쿠로는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의 옆에서 잠든 그의 여자친구를 뒤로 한 채 켄마 생각에 한참을 뒤척일 것 같다. 마음이 정말 싱숭생숭하겠지. 근데 그 애가 쿠로 자기 애일거라고는 상상도 못함. 왜냐하면 쿠로는 켄마가 베타인 줄 알고 있었으니까. 켄마가 오메가일 줄은 꿈에도 몰랐고, 아까 본 아이가 자신의 아들일거라곤 더 몰랐던 쿠로였음.

5-15. 며칠 후에 아무래도 직접 켄마의 입으로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어야겠다고 생각한 쿠로는 무작정 켄마 집 문 두드림. 집 안에서 "누구세요?" 라고 묻는 켄마의 목소리가 들렸고 머지 않아 현관문이 열렸음. 열린 문 틈 사이로 쿠로는 그리웠던 얼굴을 마주했음.
"어... 쿠로."
켄마는 적잖이 당황한 것 같았음. 앞치마를 맨 켄마의 모습은 새로웠고 어딘가 느낌이 달라진 것 같기도 했음. 집 안이 조용한 것을 보니 저번에 보았던 아이는 낮잠을 자고 있는 듯 했음.
"들어와."
켄마가 문을 조금 더 열며 쿠로에게 말하자 쿠로는 켄마의 새 보금자리에 처음으로 발을 들였음. 집 안에는 그 흔한 결혼사진이나 가족사진 하나 없었음. 켄마는 식탁 의자를 살짝 빼주며 앉으라고 말했고 차를 내오기 위해 물을 끓였음. 차가 적당히 우러나오자 켄마도 쿠로의 맞은 편에 앉았고 둘은 오랜만에 제대로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음. 잠시동안 정적이 흘렀고, 그것이 불편했던 쿠로는 "차 맛있네." 따위의 의미없는 말을 흘려댔음. 그렇게 또 고요하기만 한 시간이 흐르고, 다시 쿠로가 말을 꺼냈음.
"결혼했어? 몰랐네."
켄마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음. 쿠로는 알 수 없는 거리감을 느꼈음. 살면서 한번도 켄마와 이렇게 어색했던 적은 없었는데.
"아내는? 아 출근했으려나?"
쿠로가 말했고, 그 말을 들은 켄마는 살짝 주저하다가 "아내.... 없어." 라고 대답했음. 쿠로는 왠지 미안해졌음. 괜히 아픈 곳을 건드린 것 같아서. 이혼했거나, 먼저 세상을 떴겠지. 라고 쿠로는 생각했음. 그 때, 마침 방에서 한 남자아이가 눈을 비비며 켄마에게 걸어왔음.
"아빠..."
"어, 깼어?"
켄마는 익숙하게 그 아이를 안아들었음. 아이는 켄마의 품에 얼굴을 묻었음. 그 순간 쿠로는 그 형체를 알 수 없는 이질감에 잠식되었음. 이게 내가 아는 그 켄마가 맞나. 뭔가 쿠로는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음. 자신이 없던 5년동안 켄마는 아예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았음. 켄마가 좋은 여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리고 그 아이를 키우는 동안,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그 시간 속 어디에서도 쿠로는 존재하지 않았음. 아마도 켄마의 삶에서 쿠로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적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을 지도 몰랐음. 켄마에게 자신은, 어쩌면 그저 스쳐 지나가는 모래알 같은 존재였을지도.
"켄마, 나 그만 가볼게. 무작정 찾아와서 미안해. 다음에 제대로 보자."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서는 쿠로에게, 켄마가 아이를 안은 채로 "곧 저녁시간인데 밥이라도 먹고 가." 라고 말했지만 쿠로는 괜찮다며 그의 집을 나섰음.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쿠로는 이유 모를 눈물을 흘렸음.

5-16. 그 뒤로 쿠로는 여자친구와 결혼을 서두름. 어차피 켄마가 자기 없이도 잘 살아왔던 거 확인하고는 미련도 다 버렸으니까. 미련을 버렸다기보다는 결혼이라도 빨리 해버려야 켄마 생각이 덜 날까 싶어서였음. 원래 쿠로는 결혼하고 나서도 계속 프랑스에 살 생각이라서, 귀국하는 길에 여자친구 데려와서 부모님께 인사 시킨 다음에 결혼 허락 받아서 다시 프랑스로 가려고 했었는데 이상하게 자꾸 부모님이 결혼 반대하셔서 쿠로가 엄청 짜증났으면 좋겠다.

5-17. 쿠로가 돌아간 다음에 아이는 켄마의 품에 안겨서 "아빠, 저 아저씨 누구야?" 라고 물었음.
"응, 아빠 친구."
켄마는 그렇게 대답했지만 왠지 가슴 한 켠이 쿡쿡 쑤시는 걸 느낄 수 있었음. 단순한 친구가 아니었음. 켄마는 쿠로를 사랑했음. 그것도 아주 많이.

5-18. 쿠로가 현재의 여자친구와 사귀게 된 이유는 아주 간단했음. 켄마와 머리 색이 비슷해서 호감이 갔고, 올라간 눈꼬리가 켄마의 그것과 닮아서 더 마음에 들었고, 첫 데이트에서 켄마와 키까지 비슷하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사귀자고 했음. 심지어 톡 쏘는 성격까지도 켄마와 닮아있었음. 처음에 쿠로는 그저 그녀를 보면 켄마 생각이 나서 그녀와 만났지만 점차 그 여자의 매력에 빠져들었음. 그 여자는 생각보다 아주 괜찮았고, 친절했으며 자신과 관심사가 비슷해서 빠른 속도로 괜찮아졌겠지. 2년을 넘게 만나며 쿠로는 그녀와 결혼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 그 여자도 같은 생각이었음. 하지만 쿠로가 그녀에게 결혼하자고 선뜻 말하지 못한 이유는 모두 켄마 때문이었음. 자신이 일본으로 돌아갔을 때, 켄마가 아직도 자신이 좋다고 하면 쿠로는 모든 것을 버리고 켄마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었음. 하지만 다시 만난 켄마는 이미 다른 여자와 가정을 꾸리고 아이까지 낳은 후였음. 켄마가 베타라는 것. 그것이 쿠로가 간과한 모든 것이었음. 켄마가 베타인 이상, 켄마는 베타 여성과 결혼할 것이라는 것을 쿠로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음. 어쩌면 생각하고 싶지 않았을지도. 다시 현실로 돌아온 쿠로는 그의 여자친구와 결혼 준비를 시작했음. 시간이 꽤나 흘렀는데, 쿠로의 부모님은 아직도 쿠로의 결혼에 대해 상당히 비관적이었음. 그의 여자친구는 일정이 생겨 먼저 프랑스로 돌아갔고, 그녀가 돌아가고 난 다음날 밤, 쿠로는 그의 부모님과 다투었음. 쿠로는 자꾸 결혼을 반대하는 부모님에게 화가 났고, 일본인 며느리를 바랐는데 자기가 외국인을 데려온게 그렇게 마음에 안드느냐며 쿠로는 소리쳤음. 부모님은 넋이 나간 얼굴로 한참을 쿠로오를 쳐다보기만 하셨고 꽤 긴 정적이 흘렀음.  그러다가 쿠로오의 어머님은 갑자기 바닥에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음. 켄마가 니 애까지 낳았는데 부모된 입장에서 어떻게 너를 다른 여자와 결혼시킬 수 있냐고. 켄마는 공부하는 너 방해될까봐 그동안 조용히 혼자 아이 낳고 키웠는데 어떻게 너는 다른 여자랑 결혼한다고 하느냐고. 막 울면서 말씀하시는데 쿠로는 그거 듣고 무슨 소리냐고 묻겠지. 켄마는 베타인데 어떻게 켄마가 애를 낳냐고 말도 안된다고 막 하는데 아버님이 방에서 조용히 저번에 켄마가 놓고 간 형질검사 결과지 가져오심. 쿠로는 찬찬히 그 종이 읽어보는데 몇번을 읽어도 켄마는 열성 오메가라는 거야. 쿠로는 정신 나간 사람처럼 계속 "말도 안돼." 만 반복하다가 차키 들고 뛰어나감. 달리는 차 안에서 아무리 생각해봐도 쿠로오의 머릿속은 정리되지 않았음.

5-19. 쿠로는 켄마의 집 문을 두드렸음. 반응이 없자 쿠로는 "켄마!! 문 좀 열어봐!!!" 하고 소리쳤고, 이윽고 잠옷 차림의 켄마가 문을 열었음. 그다지 늦은 시간은 아니었지만 아이를 재우면서 같이 잠에 들었는지 켄마는 자다 깬 모습이었음. 쿠로는 켄마가 정신 차릴 새도 없이 켄마의 어깨를 잡고 말했음.
"너 왜 말 안했어. 왜 내 애 가졌다고 말 안했어."
켄마는 눈 앞이 하얘졌음. 켄마가 뭐라고 대답해야할지 망설이고 있는데, 쿠로가 켄마를 꽉 껴안았음.
"왜 말 안했어. 왜 말도 안하고 너 혼자만 끙끙 앓고있어. 나는 그것도 모르고 바보같이 다른 여자랑 결혼하겠다고 난리치고. 나 그러다가 진짜 그 사람하고 결혼하면 너 혼자 어떻게 살려고 그랬어."
쿠로의 말을 듣자마자 켄마는 눈물을 터뜨렸음. 혼자 수백번이고 참았던 눈물이었음.

5-20. 쿠로오는 여자친구와의 결혼을 취소했음.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니란 걸 알고있었지만 쿠로오에겐 켄마가 일순위였고 게다가 자신의 아이까지 있었으니 쿠로는 딱히 고민하지 않았겠지. 사정을 들은 여자친구도 어느정도 이해하는 눈치였음. 사실 쿠로오가 시도때도 없이 자신에게 켄마 얘길 할 때부터 둘이 평범한 친구사이가 아니라는 걸 알고있었음. 쿠로에게는 자신이 아닌 켄마가 첫번째라는 것과 쿠로오의 앞에 켄마가 나타나게 되면 쿠로오는 자기 대신 켄마를 선택할 것이라는 것까지 모두 예상하고 있던 그녀였기에 딱히 쿠로오에게 무어라고 따지지도 못했음.

5-21. 쿠로오가 처리해야할 일은 생각보다 쉽게 처리되었고 프랑스에 두고 온 짐은 여자친구가 택배로 부쳐주기로 했음. 사실 나 이 이후로는 생각 안해봤는데, 그냥 쿠로켄 둘이 행복하게 잘 살 것 같다. 쿠로오는 옆에 있어주지 못한 시간만큼 켄마를 더 사랑ᆞ해주려고 노력하면서 행쇼할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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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싸질러놨지만서도 뭘 싸질러놓은건지 모를 정도의 의식의 흐름^^

쓰고 싶은 내용은 있는데 손이 못따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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