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쿠아카 /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발길이 이끄는대로 걸었다. 노을이 짙게 깔린 저녁, 보쿠토는 그렇게 한참을 정처없이 걸었다. 문득 고개를 드니 한 번도 본 적없는 풍경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아, 꽤 많이 걸었구나. 보쿠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낯선 거리와는 다르게 익숙한 향기가 그의 주위에 맴돌았다. 


벚꽃.


그래, 벚꽃이 필 계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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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아시!!!"


부활동이 끝나고, 집으로 향하려다가 자신의 뒤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아카아시는 몸을 돌렸다. 예상했던 사람이 그의 뒤에 서있었다.


"아카아시! 아카아시 생각나서 가져왔어."


그는 손에 들린 벚나무 가지를 아카아시에게 건넸다. 막 꽃이 피기 시작한 계절, 나뭇가지에는 자그마한 꽃송이들이 달려 있었다.


"보쿠토상, 나무 꺾지 말라고 말씀드렸잖습시까."


아카아시의 차가운 반응에 보쿠토는 금세 의기소침해졌다. 그런 보쿠토의 모습이 귀여워서, 아카아시는 그의 손에 들린 나뭇가지를 받아들며 "그래도 고마워요. 예쁘네요." 라고 말했다. 그러자 보쿠토는 또 다시 기분이 좋아졌는지 "그지! 예쁘지 아카아시! 엄청 높은 데 피어 있어서 꺾는데 고생 좀 했어. 근데 예쁘지!!" 라고 재잘댔다. 잔뜩 신나서 떠드는 보쿠토를 보며 아카아시는 예쁘게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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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벚꽃이 피는 계절이 찾아왔을 때, 두 사람은 이미 너무 멀어져버린 후였다. 딱히 이유나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보쿠토와 아카아시는 서로를 멀리하기 시작했고, 보쿠토가 배구부를 은퇴한 뒤로는 완전히 교류가 끊겼다. 보쿠토의 졸업식 날, 보쿠토는 무의식적으로 아카아시를 찾고 있었지만 그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보쿠토는 대학에 진학한 후 본가를 떠나 기숙사에서 살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아카아시를 만날 기회를 잃었다. 기숙사 창문 너머로 만개한 벚꽃이 우연히 보쿠토의 눈에 띄었고, 보쿠토는 벚꽃을 보며 아카아시를 생각했다. 잘 지내고 있을까, 보쿠토는 핸드폰을 들어 그의 번호를 눌렀지만, 그의 기대와는 달리 수화기에선 없는 번호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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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수험생이 된 후, 아카아시는 공부에 전념하기 위해 핸드폰을 없앴다. 사실 핸드폰을 없애기까지 아카아시는 많은 고민을 했다. 혹시라도 보쿠토에게서 연락이 올까봐. 그럴 일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이미 보쿠토는 자신과 너무 멀어진 후라는 걸 알면서도 아카아시는 한참동안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그러나 벚꽃이 피기 시작했을 때, 아카아시는 굳은 결심과 함께 핸드폰을 해지해버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카아시는 배구마저 그만두었다. 주위 사람들에게는 공부에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이야기했지만, 사실은 모두 보쿠토 때문이었다. 그가 입던 유니폼, 그가 만지던 공, 그가 존재하던 체육관을 볼 때마다 보쿠토가 옆에 있는 것만 같아서 괴로웠다. 이미 너무 멀어진 사이인데, 웃으면서 인사하기도 어색해진 사이인데 자신 혼자만 그와의 추억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것 같아 아카아시는 괜시리 울적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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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졸업 후 아카아시는 유학을 떠났다. 생각보다 성적이 잘 나와서 내린 결정이었다. 이젠 그다지 보쿠토가 생각나지 않았다. 가끔씩 떠오르긴 했지만 예전처럼 가슴이 아프지도 그립지도 않았다. 유학을 떠나서도, 아카아시는 꽤나 인기가 많았지만 그는 그 누구와도 만나지 않았다. 어쩌면 만나지 못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따스해진 봄볕을 느끼며 아카아시는 공원을 산책했다. 산책로를 따라 핀 벚꽃을 보며, 아카아시는 오랜만에 보쿠토를 떠올렸다. 이 벚꽃처럼 하얗고 순수했던 사람, 아카아시는 보쿠토를 추억했다. 


보고싶습니다, 보쿠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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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아시는 대학을 졸업하고 일본으로 귀국했다. 유학을 다녀온 덕분인지 아카아시는 상당히 이름있는 기업에 취업할 수 있었다. 그렇게나 원하던 회사에 일자리를 얻었다는 기쁨도 잠시, 아카아시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업무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 처리할 일이 너무 많은 날에는 야근을 하는 경우도 잦았다. 어떤 봄날, 그 날 따라 몸이 찌뿌둥했던 아카아시는 대충 일을 마무리하고는 서류가방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시간이 너무 늦은 탓인지 사무실에는 자신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사무실을 나서려다가 문득 처리해야할 일이 생각났다. 하지만 아카아시는 더 이상 이 곳에 머무르고 싶지 않았다. 나른한 봄기운이 아카아시를 유혹했다. 그래, 어차피 내일은 주말이고 월요일까지만 끝내면 되니까. 집에서 하지 뭐. 아카아시는 그렇게 생각하며 노트북을 챙겨 가방 속에 넣었다. 


버스도 일찍 끊기고, 이상하게 그다지 택시는 타고 싶지 않았다. 회사에서 집이 그리 멀지는 않아 아카아시는 걷는 것을 택했다. 추운 겨울이 가고 어느새 찾아온 봄에 벚나무는 또 다시 꽃을 피웠다. 바람에 날려 떨어지는 벚꽃잎을 아카아시는 손에 잡았다. 올해도 어김없이 봄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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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아침부터 속이 허전했다. 얼마 전 헤어진 여자친구 때문인가 싶었던 보쿠토는 이별의 아픔을 만끽하기 위해 대충 슬리퍼를 신고 집 근처 편의점으로 향했다.


"벌써 꽃이 피었네."


보쿠토는 거리를 둘러보며 혼자 중얼댔다. 한 손에는 맥주캔으로 채워진 편의점 봉지를 든 채였다.


"아카아시, 잘 지낼까." 


보쿠토는 문득 아카아시 생각이 났다. 보쿠토는 자기도 모르게 아카아시, 아카아시. 그의 이름을 속으로 중얼대며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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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여기 보쿠토상 집 근처네.


통근할 때 항상 버스를 타고 다녔던 탓인지 이 동네에는 참으로 오랜만이라고 아카아시는 생각했다. 고교 시절,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보쿠토와 항상 걷던 길이었다. 7년 만에 걸어보는 길은 여전히 익숙했다. 아카아시는 이 거리에서 왠지 보쿠토의 온기가 느껴진다고 생각했다. 


"보쿠토상, 보고싶다."


아카아시는 혼자 중얼거리며 괜시리 눈가를 문질렀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이 아카아시의 뺨을 타고 흘렀다.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그렇게 긴 시간동안 보지 않고, 목소리조차 듣지 않고 살아왔는데 아카아시는 오늘따라 괜히 보쿠토가 보고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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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쿠토는 집으로 향하는 길의 마지막 횡단보도 앞에 멈춰섰다. 지나다니는 차도 없는데 그냥 건널까, 보쿠토는 그렇게 생각하다가 그냥 기다리기로 결정했다. 봉지를 바스락거리며 애꿎은 신발 코만 쳐다보다가 이 쯤이면 신호가 바뀌지 않았을까 싶어 보쿠토는 고개를 들었다.


"아카아시."


그리고 횡단보도의 건너편에는, 그렇게도 보고싶었던 모습이 보였다.


".....보쿠토상."


때 마침 신호가 바뀌었고, 보쿠토는 아카아시에게로 달려가 그를 꼭 안았다. 보고싶었어, 진짜 보고싶었어. 보쿠토는 한참동안 같은 말만 반복했다.


"저도 보고싶었어요, 보쿠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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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부분 급전개인 것 같은 건 기분탓?ㅎ

그것또한 무스비... 가 아니라 내 부족한 필력 때문.....


꽃이 진다고!! 보쿠토상을!!! 아카아시이이이를!!!! 잊은 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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