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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쿠아카] 후회의 미학 1

[보쿠아카] 후회의 미학 1



w. 표삼


“사랑한다는 말은 하지 말 걸 그랬어요.”


내가, 아카아시 케이지에게 마지막으로 들은 말이었다. 그 말을 하며 돌아서던 네 눈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던 건 내 착각이었을까.






그 후로 넉 달이란 시간이 흘렀다. 나는 바빴고,헤어진 애인이 생각나지 않는 건 아니었으나 슬퍼할 겨를이 없었다. 어쩌면 내가 그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걸지도 몰랐다. 그렇게 시간은 그가 내 곁에 있었을 때와 별 다를 것 없이 지나갔다. 가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보기도 하고, 그의 눈치를 보느라 피했던 친구들과의 술자리에도 참석하기 시작했다. 밤새 진탕 술을 마시고 걷지도 못할 정도로 취해 집에 들어가도, 잔소리하는 사람이 없어서 솔직히 편했다. 종일 휴대폰을 붙잡고 있지 않아도 되었으며 쓸데없는 데 감정을 낭비할 필요도 사라졌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이 공허한 건 숨길 수가 없었다. 허전했다. 그래서 가끔은 그의 연락을 기다리기도 했다. 언제나 그는 을의 입장이었으니, 한 번 쯤은 술김에라도 전화를 걸지 않을까 생각했다. 사실 그가 그러지 않을 거라는 걸 난 알고 있었고, 실제로 그는 그러지 않았다. 그는 독했다. 내가 알고 지낸 사람들 중 가장 냉철하고 이성적인 사람이었다. 그가 보인 대부분의 모습은 그랬다. 

하지만 내 앞에서의 아카아시 케이지는 평소와 많은 부분이 달랐다. 애교도 꽤 부릴 줄 알았고, 힘든 일이 있으면 표정에서부터 티가 나서 지독히도 눈치가 없는  나조차도 그를 위로할 수 있었다. 꼭 다 먹지도 못 할 음식을 잔뜩 시켜서는 입 안 가득 밀어넣는 욕심을 피우기도 했으며 종종 울기도 했다. 귀여웠다. 내가 아는 아카아시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렇게 하나 둘 그를 회상하다 보니 기억은 끝도 없이 이어졌다.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 순간과 그도 나를 좋아하게 해달라고 빌었던 수많은 밤들, 같은 마음으로 서로를 아끼던 행복했던 날이 스쳐 지나가다 결국 헤어지던 때의 그가 떠올랐다. 그는 분명 울고 있었다. 입술을 꽉 깨물고, 주먹을 말아쥔 채 가슴으로 울고 있었다. 나는 놀랍도록 덤덤했다. 그런 표정을 짓는 그에게 짜증까지 느꼈던 것 같다. 그가 아무런 물음도 갖지 않기를 바랐다.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저 이순간이 빨리 지나가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별은 나에게도 아픈 것이었으니까. 먼저 헤어지잔 말을 꺼낸 나도 지독히 힘들었으니까. 너를 다시 보지 않게 되면 편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 일부러 나는 날카로운 말만을 골라 그를 베었고 그는 나를 떠났다. 내가 그에게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 뭐였던가, 아.

“울지 마. 짜증나니까.”

그리고 넌 한참이나 나를 쳐다보다 대답했지.

“사랑한다는 말은 하지 말 걸 그랬어요.”







안녕하세요, 표삼입니다. 오랜만에 무언갈 끄적여봤는데 역시 마음처럼 되지는 않네요. 그래서 글이 짧고 두서도 없습니다만 조금씩 천천히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오랜만에 들러주신 분들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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